50 나노 벽 깬 삼성전자 D램 속도 빨라지고 원가는 절반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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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 전준영 상무(左)가 세계 최초로 50나노 기술을 적용해 만든 1 기가 비트 D램을 19일 선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세계 최초로 40 나노 32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던 삼성전자가 D램 분야에서도 50 나노 벽을 허물었다. 잇따라 발표되는 굵직한 신기술 개발 소식에 일반인은 물론 경쟁업체들도 현기증이 날 정도다.

특히 D램은 플래시메모리보다 고속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미세회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어렵다. 이번 신제품은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50 나노의 벽을 네 가지 신기술을 동원해 돌파한 것으로 앞으로 40 나노 이하 공정까지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또 미세 공정을 도입할수록 같은 반도체 웨이퍼에서 더 많은 메모리 칩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 어떤 신기술을 적용했나=삼성전자는 신제품에 'RCAT'와 'SEG'라는 3차원 입체 트랜지스터 구조 신기술과 '복합 유전층'이라는 신물질, D램 셀의 최소면적을 줄이는 '6F²' 구조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어렵게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 회로를 새겨서 만든다. 이 회로의 선 폭이 얇을수록 같은 실리콘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전자가 트랜지스터 사이를 제멋대로 옮겨다녀 데이터를 잃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3차원 설계를 도입했다. 웨이퍼 표면을 따라 흐르는 전자를 곡선으로 흐르게 하고 저항을 줄였다. 또 산화지르코늄과 산화알루미늄으로 만든 복합유전층을 트랜지스터에 붙여 적은 전력으로도 동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설계 덕에 단위 셀의 최소면적을 8F²에서 6F²으로 줄였다.

◆ D램 시장에 미칠 영향은=플래시메모리는 미세회로 기술을 적용할수록 더 고용량의 메모리칩을 만들 수 있다. 50 나노 공정에서 손톱만한 칩으로 16Gb 용량을 만들었다가 40 나노 공정으로는 같은 크기로 32Gb를 만들 수 있는 식이다. D램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50 나노 D램은 80 나노 공정의 512Mb 제품과 같은 크기에 두 배 용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원가가 절반 수준까지 낮아진다는 의미다. 아직 80 나노 공정의 제품을 생산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용량뿐 아니라 속도를 높이고 소모 전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주력제품에 비해 50 나노 D램은 50% 이상 빠르다. 이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360'은 삼성전자의 고속 D램 없이는 화려한 그래픽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여기에 소모 전력도 크게 낮췄다. 130 나노 시절의 D램은 제품은 3.3볼트 전압을 사용했다. 50 나노 D램은 1.5볼트로 낮아졌다. 전압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 소모가 줄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휴대용 게임기, 휴대전화 등 각종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기에 좋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0%인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내년에는 40% 가까이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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