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로 뚫기」 계속 공사/3부장관 합동회견의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범민족대회 선별초청엔 제동/판문점 개최 허용 싸고 일관성 잃어
정부가 23일 통일원ㆍ법무ㆍ국방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은 노태우대통령의 7ㆍ20민족대교류제안이 북측에 의해 사실상 거부된 데 따른 후속조치를 밝힌 것이다.
홍성철통일원장관은 가장 주목을 끄는 북측의 범민족대회의 행사및 예비행사와 관련해선 북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의사임을 밝혔으나 몇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홍장관은 ▲7ㆍ26 서울의 범민족대회 제2차 준비접촉에 북측인사와 해외동포의 참가 ▲8ㆍ15 이전에 우리측 인사들의 방북허용 ▲8ㆍ15판문점 범민족대회의 개최와 우리측인사 참가 ▲백두산→한라산,한라산→백두산의 조국통일촉진 대행진을 모두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홍장관은 특히 범민족대회에 특정단체나 특정인사들만이 아닌 각계각층의 민족성원이 광범위하게 참가해 상호비방이나 자극을 하지말고 통일에 도움이 되는 순수한 입장에서의 모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범민족대회와 관련해 핵심이 되는 것은 북측이 범민족대회에 특정인사나 단체만의 참가를 요구할 경우 판문점 범민족대회 참가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홍장관은 이에대해 특정인사나 단체만 참가한다면 「범」민족대회가 아니라면서 우리측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이리라 믿는다고만 답변했다.
북한은 이미 8ㆍ15범민족대회에 「전민련과 전대협을 비롯한 민주단체의 참가」란 표현을 쓰고있고 남북사이의 접촉과 내왕은 「어디까지나 통일문제의 해결에 밀접히 결부되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해 사실상 우리측 재야단체만의 참가를 전제하고 있다.
결국 범민족대회 참가의 허용문제는 북측이 특정단체나 인사만을 초청하지 않는다는 보상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홍장관은 이것이 참가허용의 조건인지의 여부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끝까지 확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송한호통일원차관은 이에대해 북측이 범민족대회에 『특정세력만 참가하도록 한다면 이는 불허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이번 후속조치 발표는 그동안 북측의 제의를 일축하기만 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가능한한 수용하면서 실질적인 논의를 이루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은 사실이나 북측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표명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나마 점점 전향적 태도를 취해간다면 북한도 더이상 조건들을 늘어놓으며 반대만 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우리 요구에 따라 전면왕래가 실현된다면 폐쇄정책으로 유지해온 체제의 붕괴가 예상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거부할 명분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획기적 교류의 진전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해 우리측 입장의 논리적 일관성이 부족한 것도 앞으로 장기적인 통일정책의 추진과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는 피하기 위해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당초 노대통령의 7ㆍ20선언은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제로 실현될 것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판문점」에서 개최하는 범민족대회는 판문점이 남북왕래의 통로이며 선전의 장이 되어선 안된다는 이유로 홍성철통일원장관 자신이 전면 왕래가 실현되더라도 「판문점」 범민족대회는 안된다고 지난 21일에도 공언했었으나 3일만인 23일에 이를 바꾸어 각계각층 인사가 참여한다면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7ㆍ20발표가 사전에 판문점 범민족대회에 대한 대책을 결정함이 없이 졸속ㆍ급작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므로 앞으로 시정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무조건 전면왕래를 제안하면서 제한적 접촉이나 왕래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제한된 접촉을 선호하는 북측 의도가 통일전선형성에 의한 우리 사회의 교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외부에서 보기에 일관성이 부족해 보이는 약점이 있음을 우리 당국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조현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