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0 선언」… 각국 언론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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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화합 디딤돌”… 북한 거부에 불신 실감/미국 대북정책 선회/일본 대화의지 천명/프랑스 긴장완화 선도/중국 성사에 비관적
20일 노태우대통령의 8ㆍ15기념 남북한 자유왕래 허용조치에 대해 세계언론들은 남북한 관계에 극적 변화를 가져올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했으나,이날 오후 늦게 북한측이 이 제의를 거부하자 남북한간 불신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측의 이같은 제의거부에도 불구,이번 제의를 계기로 한국은 대북한 관계에 있어 앞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이들 언론들은 평가했다. 다음은 본사특파원들이 보내온 현지반응들이다.<편집자주>
○…미 뉴욕타임스지는 노대통령제의를 이날 주요 외신기사로 취급,한국이 북한측에 대해 무조건의 자유왕래 초청을 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노대통령제의는 과거 대북접경을 봉쇄하고 정부허가없는 방북인사를 투옥하던 정책에서 극적인 방향전환이라고 평가하고,『이는 남북한 적대관계의 일대 변화를 의미하며 남북한간 군사적 대결위협을 크게 감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NN텔리비전 방송은 북한이 남한측의 제의를 거부했다고 보도하면서 『남북왕래가 이루어질 경우 고립됐던 북한사람들은 새로운 비교조적 사상에 노출될 뿐 아니라 건강하고 부유한 남한사람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경제적 낙후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자유왕래로 인해 남한보다 북한이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일본 언론들은 21일 북한이 노태우대통령의 남북자유왕래 제안을 거부한 사실을 전하면서 예상한 것이지만 남북한의 불신구조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실망하는 논평 및 사설을 실었다.
일본 경제신문은 이날 해설기사에서 한국국민은 20일 아침 노대통령의 특별성명으로 『북과의 교류가 시작된다』 『여름휴가는 평양에서』라고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오후 늦게 『북한이 거부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실망으로 변했다고 이날 하루 서울의 표정을 전하고 한국민에게는 반나절의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났다고 비유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정부는 노대통령의 제안이 거부될 것을 예상했으며 우선 한국정부의 양보자세와 대화의사를 국내외에 과시한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면서 범민족대회에 참가하려는 재야단체ㆍ전민련의 문제도 이로써 처리하기 쉬워졌다고 전망했다.
아사히(조일)신문도 이날 노대통령의 제안과 북한의 제안거부해설기사를 외신면에 나란히 싣고 북한이 거부한 것은 동서간 화해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 상호불신은 여전히 강하며 북한은 틈만 있으면 한국을 흔들려는 전략은 변함없음을 나타낸다고 논평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20일 노태우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선부분 개방조치를 외신면 주요기사로 크게 보도하고 이 조치가 북한측의 즉각적인 거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할지라도 한반도 긴장완화의 주도자로서 한국의 국제적 입장을 크게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르몽드지는 남북한 중 어느 한쪽이 인적교류를 위해 일방적으로 국경개방조치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하고,외교적으로 점점 더 고립돼가고 있는 북한이 이 제의에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이 제안에 대한 북한측의 즉각 거부배경을 설명했다.
르몽드지는 이어 북한을 허가없이 방문했다는 이유로 임수경양이 5년형을 선고받은지 불과 수개월만에 나온 노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정책의 「기묘한」선회라고 지적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중국관영 신화통신은 20일 노태우대통령이 북한에 남북자유왕래를 제안한 사실을 평양에서 청취된 한국방송을 인용,논평없이 보도했다.
이날밤 10시49분쯤 제1신을 타전한 이 통신은 북한측의 반응을 싣지 않은채 노대통령의 제안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그러나 중국의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21일 제2신으로 보이는 평양발 신화통신을 전재,『2백40㎞의 콘크리트 장벽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1천만이산가족이 제한된 일정에 판문점으로 통행하기에는 너무 비좁다』는 등 북한측의 주장을 전적으로 다루는 변화를 보였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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