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명성 강화 요구 세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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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강산 관광과 달리 개성공단 사업은 한.미 간의 논란에서 일단 비켜서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금강산 사업에 대해서는 "북한에 돈을 주기 위해 고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지만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의 경제개혁 측면에서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사업의 미래는 낙관적일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고려대 남성욱(북한학) 교수는 "미국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모두를 문제 삼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한 개성공단 사업은 놔두고 명분이 약한 금강산 사업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선별적 전략을 사용한 것 같다"고 했다.

남 교수는 "개성공단까지 문제 삼을 경우 입주 기업의 반미 정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며"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성공단 사업의 투명성 강화 조치를 요구하는 등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18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을 싸잡아 "더 이상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특사도 16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남한은 개성공단 사업이 실제로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엄격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소수의 북한 주민이 변변치 못한 일반 북한 농부보다 다소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증스러운 북한 정권이 개성공단 같은 국제지원을 통해 이득을 얻고 정권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문제가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측 근로자에 대해 지급되는 임금 일부가 북한 당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북측 기관(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입주 기업들로부터 임금(1인당 평균 월 66.3달러)을 받아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는 간접지급 시스템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국 정부에 대해 '근로자 임금 직불제' 도입을 요구해 온 미국의 목소리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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