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은 아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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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힘이 없다. 미증시가 강세인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펀더멘털에 입각한 주가상승이 예상됐으나 북한의 핵실험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가뜩이나 LG필립스LCD에 이은 LG전자의 실망스런 실적은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떨어뜨렸다. LG전자는 장중 4% 넘게 급락했다.

수급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은 주식을 10시37분 현재 505억 원어치 내파팔며 5일째 매도우위를 지속했다. 이어 18일 들어서는 선물도 같은 시각 5800계약 순매도하고 있다. 기존 매수포지션을 적극 청산하면서 동시에 신규 매도에 나서는 모습이다. 선물매수로 시장베이시스 호전을 주도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변곡점에서 옵션투자를 통해 '대박'을 내곤했던 외국인은 최근 콜과 풋옵션을 동시에 사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콜옵션(수량기준)을 9일째 순매수하고 있다. 풋옵션은 전날까지 6일째 순매수했다. 이날 들어서는 1만여 계약 순매도다. 전형적인 변동성 매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핵과 다우지수 사상최고가로 요약되는 호재와 악재를 놓고 변동성이 폭발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시장은 이렇다할 변동성을 과시하지 않고 있다. 바로 베이시스 호조세가 지속되며 매수차익거래잔고가 2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은 대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시장분석가는 "주가가 시간이 지나며 북핵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유례없이 쌓인 매수차익잔고는 언제든지 (북핵을 빌미로) 변동성이라는 짐을 던질 수 있다"며 "저항선 돌파의 모멘텀이 없는 여건에서 지지선 이탈 시도에 대비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만의' 악재인 북한 핵실험과 관련 이롭지 않은 뉴스가 연일 생산되고 있다. '저가매수'의 꾀를 보여줬던 개인의 투자심리가 날로 냉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정 서울증권 서초동지점장은 "연말을 겨냥해 주식을 사려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북핵이 터지면서 다들 불안해한다. 핵실험이 저가매수 기회라는 얘기가 있지만 개인들은 일단은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주초 2차 북핵실험설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가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서 지점장은 "가장 심각한 것은 핵실험 악재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점"이라며 "당분간 개인들의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를 짓누른 북핵 악재가 이달중 해소될 가능성은 작다. 핵 변수를 보면 주식을 하면 '큰일'날 수 있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나 피치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조지 소로스는 핵실험이 금융시장에 큰 위험이 아니다며 민감한 반응을 경계했다. 캘퍼스는 핵실험 정국에서 한국에 직접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고개를 들어 좀더 멀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의 하락이 호재로 작용하며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우리 증시는 북한의 핵실험 감행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아쉽지만 북핵 문제는 우리 증시가 가지고 있는 할인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강화된 펀더멘탈과 글로벌 투자 펀드인 캘퍼스의 투자 언급은 우리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비철금속 지수의 견조한 흐름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상승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분할 매수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환율의 강세가 진행되고 있어 우선은 내수관련주나 유가하락 수혜주, 배당관련주 등이 유리하겠지만 캘퍼스와 같은 장기자금의 시장진입이 예상된다는 측면에서 IT, 통신 등 업종대표 주에 대한 중장기 투자도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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