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곧 경영진 대폭 '물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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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조기에 단행하고 강도 높은 사업구조조정에 나선다.

코오롱 그룹은 매년 3월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했으나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올 경영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경영 쇄신 차원에서 사장단 인사를 12월 초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경영진 재편을 끝낸 후 사업구조를 미래 수종산업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26일 코오롱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웅렬 회장이 지난주 이틀 동안 주력 계열사의 올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여러 질책을 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李회장은 "회의를 할 때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하라고 주문했는데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사장단 조기 인사와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은 李회장의 질책 이후 가닥이 잡혔다.

코오롱 그룹은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4천억원가량 늘어난 4조3천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주력 업체인 ㈜코오롱이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점쳐지는 등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장의 부동산을 매각하고 그룹 보유 유가증권을 팔아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최근 타임도메인코리아.이엔퓨처 등 벤처 투자와 관련한 소규모 계열사 네 개를 정리하는 등 수익이 안나는 사업을 정비해 계열사 규모를 현재 31개에서 20여개로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사업 구조조정 어떻게 하나=섬유사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정보통신과 자동차 소재산업을 대폭 늘린다. 이를 위해 ㈜코오롱은 최근 전자소재사업팀과 자동차에어백 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인 유기EL 사업은 내년 9월 생산을 목표로 공장 건설에 나섰다. 자동차시트 소재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수출하고 중국과 미국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다.

서버 등 통신장비 판매에 치중하던 코오롱정보통신은 시스템통합(SI) 사업을 강화하고, 코오롱유화는 국내.외 공장 증설을 통해 사업 규모를 2007년까지 지금의 두배 수준인 5천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李회장은 특히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겨냥해 그룹의 신규 사업 모델로 최근 '웰빙(Well-Being)'프로젝트를 제시했다. 몸과 정신의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족'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기존 섬유와 의류 분야에서 건강 신소재와 용품 사업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화학섬유 등 주력 업종이 경기 침체와 구조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어 미래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구조 조정안을 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희.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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