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퇴직공무원 74% '낙하산 재취업'

중앙일보

입력

문화관광부를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 중 74%가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로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심의를 담당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주요 인사들도 문화부 퇴직 공무원이었다.

퇴직 바로 다음날 자신이 설립을 주도했던 유관단체의 기관장으로 재취업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들어 문화부를 퇴직한 4급 이상 공무원은 모두 39명.

이 중 29명이 명예퇴직 제도를 악용해 고액의 퇴직금을 받은 뒤 유관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부가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에게 제출한 '퇴직공무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종무실장을 지낸 한모씨(1급)는 2005년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무로 옮겼다. 또다른 종무실장 출신 윤모씨(1급)는 퇴직후 3년여 동안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모두 관련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좌우하는 요직이다.

종무관 출신 김모씨(3급)는 퇴직한 다음 달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광고문화회관장으로 취업했다.

비슷한 시기 퇴직한 김모씨(2급)는 1주일만에 신규 카지노 운용을 전담하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주)그랜드코리아의 이사로 옮겼다. 체육국장 출신 정모씨(1급.차관보)는 퇴직후 남여주 골프장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모씨(2급)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운영본부 사장 자리에 올랐다. 퇴직한 바로 다음 날 재직 당시 업무와 유관한 기관으로 출근한 사례도 있었다.

정모씨(3급)는 퇴직일 바로 다음날 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이 됐다. 서모(2급)씨와 박모씨(4급)는 퇴직 이튿날 자신들이 설립준비를 맡았던 센터의 소장과 본부장으로 재취업했다.

이계진 의원은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재취업은 사전에 자리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친정의 눈치를 보는 낙하산 인사들이 결국 로비와 커넥션을 만드는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동일 업무를 3년 이상 맡는 경우가 드물어 공직자윤리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은 공직자가 퇴직후 2년 동안, 퇴직전 3년 사이 맡았던 업무와 유관한 영리 사기업.법인단체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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