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2층 음식점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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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박원배(37.스카이돈 경기도 파주 금릉점)씨는 지난해 가격 파괴 삼겹살 전문점 창업을 결심했지만 마땅한 1층 점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고민하다 결국 지난 4월 신축 건물 2층에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막상 운영해 보니 고객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신도시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전망이 좋아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많았다. 수익성은 1층 점포보다 훨씬 좋았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8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60평 점포를 임대하고 보니 창업 비용이 1층 점포의 절반밖에 안 들었다. 박씨의 가게는 주중엔 하루 150만원, 주말엔 그 이상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먹는 장사는 1층에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주로 1층에 매장을 열던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베스킨라빈스는 요즘 카페형으로 매장 컨셉트를 전환하면서 2층 대형점을 늘려 가고 있다. 피자헛도 1층을 낀 2층 점포, 즉 복층 점포를 늘리는 추세다. 과일 요거트 체인점 레드망고는 2층 점포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2층 점포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창업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층 점포는 대개 권리금이 싸거나 없고, 임대료도 훨씬 저렴하다. 창업 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포 개설비를 1층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또 10~20평 규모가 대부분인 1층과 달리 50평 이상의 넓은 매장을 확보하기도 쉽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수용해야 하는 외식업의 경우 넓은 매장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매장이 클수록 고객의 시선을 끄는 데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불리함 극복할 전략 필요=2층 점포는 단점도 적지 않다. 우선 접근성이 1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1층 점포처럼 지나다 우연히 들르는 손님을 기대하기 어렵다. 손님이 계단을 오르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찾아오게 하려면 맛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한다.

장사가 안 돼 한 달 동안 비워져 있던 경기도 오산의 한 건물 2층에 삼겹살 전문점을 연 채갑병(41.큰들 오산시청점)씨는 하루 100만~150만원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입지와 업종을 감안해 전문가들이 매긴 하루 최대 매상(80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채씨의 고객 유치 비결은 구두를 닦아주는 것. 하루 평균 30~50켤레의 구두를 닦는다는 그는 "기분 좋게 나간 고객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50만원짜리 58평 점포를 차리는 데 1억5000만원을 들였다. 근처에서 비슷한 규모의 1층 점포를 얻으려면 비용이 배로 든다.

부산에 감자탕 집을 연 김덕준(43.이바돔감자탕 부산 화명점)씨는 주변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는 점을 겨냥해 처음부터 가족 고객을 주 타깃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건물 앞쪽에 있는 100평짜리 2층 매장을 임차했다. 가시성을 높여 단체 고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보증금 1억원, 월세 450만원을 내고 있는 김씨는 현재 월 1억원 정도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보증금 4억원, 월세 1000만원을 내야 하는 비슷한 규모의 1층 점포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2층 점포는 1층에 비해 권리금이나 월세가 상대적으로 싸서 이 돈을 규모 확대와 시설에 투자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복층식으로 점포를 낼 경우 음식 등을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공간과 일손을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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