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훔친 만취 미군, "한국물 더러워" 측정 거부

중앙일보

입력

술에 취한 채 주차된 시내버스를 훔쳐 타고 서울 도심을 질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미군이 음주측정을 위해 사전에 입을 헹굴 것을 요청하는 경찰에게 "한국 물은 불결해 마시지 않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끝내 측정을 거부했다고 경향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미군 2사단 특공연대 소속 산체스 에밀리오 일병(22)은 지난 14일 오전 2시18분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0013번 버스에 몰래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에밀리오 일병은 이날 오전 3시35분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삼각지에서 붙잡혔다.

에밀리오 일병은 현장에서 경찰의 1차 음주감지기 측정결과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인근 용산서 용중지구대로 연행됐으며 잠시후 미군 헌병과 카투사, 여성 통역관 등 미군측 관계자 3명이 도착했다.

에밀리오 일병은 용산서 교통과 소속 경찰이 음주측정을 위해 지구대 내 정수기 물로 입을 헹굴 것을 권하자 "한국 물은 불결해서 못하겠다"고 했다. 이어 음주측정을 하려 하자 "한국 경찰은 못믿겠다. 미군에서 조사받겠다"고 거부했다. 이 대화는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이 통역했다.

현장의 미군 통역관은 "이렇게 얘기한 게 맞느냐"는 경찰의 확인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관계자는 "에밀리오 일병이 조사받는 도중 'fucking'을 연발했으며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의 조서를 꾸미고 현장에 온 미군 헌병에게 참고인 자격의 서명을 받았다. 에밀리오 일병은 미군 헌병대에 신병이 넘겨졌으며 경찰은 16일 출석을 요구해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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