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덕 원장의 성장클리닉] 실제나이 아닌 '뼈나이’가 중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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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가 지금 몇 살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클 수 있나요?”, “제가 지금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인데 얼마나 더 클 수 있나요?”. 키 성장 클리닉에 문의하는 가장 흔한 질문들이다. 지금 나이가 얼마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클 수 있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달력상의 나이를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지만 성장클리닉에서 중요한 것은 ‘뼈나이’다. 아이의 실제 나이보다 생활환경과 정신 연령 등에 의해 나타나는 신체나이, 즉 뼈나이(골연령)가 성장의 중요 변수가 되는 것이다.

▶ 뼈나이(골연령)란?
사람은 태어나면서 모두 자신의 생일이 있고 그 생일을 시작으로 자신의 나이가 있다. 이 나이를 달력상의 나이라고 한다. 하지만 ‘뼈나이’는 사람의 신체나이로서 달력상의 나이와 같을 수도 있고, 더 어리거나 많을 수도 있다. 이는 같은 날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생활 환경, 성격, 생각에 따라 뼈나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마다 수염이 나고 초경을 하고 사춘기가 오는 시기가 다르고, 키가 크고 멈추는 시기도 다르다. 이는 모두 자신의 실제나이와 신체적인 나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실제 나이와 뼈나이가 일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뼈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어리면 그만큼 키가 늦게 멈추고 실제 나이보다 많으면 그만큼 키가 일찍 멈추게 된다. 10살 어린이 모두가 10살의 뼈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8살의 뼈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12살의 뼈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만 9세의 어린이의 뼈나이를 측정했을 때 7세로 나오면 현재는 만9세 또래들보다 키가 조금 작다 해도 다른 아이들 보다 뒤늦게 키가 자라 또래의 키를 따라 잡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나이는 만 9세인데 뼈나이가 만11세라고 한다면 현재는 비록 또래들보다 키가 조금 큰 편이거나 같다고 할지라도 성장이 또래보다 먼저 멈추게 되어 오히려 성인이 되었을 때 또래보다 키가 더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녀의 키성장에 중요한 변수는 달력상의 나이가 아니라 ‘뼈나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성장기에 반드시 뼈나이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 자녀 성장기, 뼈나이 측정이 매우 중요
실제로 올봄에 형의 키가 작다보니 결국 동생과 비슷한 키가 되는 바람에 부모님이 걱정되어 본원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뼈나이를 검사한 결과. 나이 많은 형이 뼈나이로는 동생보다 어린 것으로 나타나, 지금은 조금 작더라도 174cm까지 클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반면, 형과 똑 같은 키를 가진 동생은 또래보다 오히려 뼈나이가 2년 정도 많아 먼저 크고 먼저 성장이 멈추는 경우였다. 최종키도 형보다 작은 165cm로 예측되어 결국 성인 표준키 보다 8cm 정도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는 형이 성장 클리닉을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동생이 성장 클리닉을 받게 된 경우다.

이와 같이 진료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왕왕 있다. 따라서 자녀의 키성장에 중요한 변수는 달력상의 나이가 아니라 바로 ‘뼈나이’라는 것을 꼭 주지하고, 성장기에 반드시 뼈나이를 체크해 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 뼈나이를 알면 적절 치료 시기 놓치지 않아
뼈나이는 개인의 성장 잠재력을 표현하는 것이다. 뼈나이를 알면 앞으로 클 수 있는 기간과 최종 성인키를 예측할 수 있다.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뼈나이와 성장판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설명할 수 있다. 뼈나이가 많으면 성장판 닫히는 속도가 빨라지고 뼈나이가 적으면 성장판도 남보다 늦게 닫힌다. 따라서 뼈나이의 측정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검진장비를 통해 검사를 해도, 판독하는 사람에 따라 뼈나이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누가 얼마나 정확하게 뼈나이를 판독하느냐에 따라 성장가능성도 달리 해석될 수 있다.

2001년 만11세 아이들의 뼈나이와 2006년 만 11세 아이들의 뼈나이 판단기준은 다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예전 자료만을 참고 한다면 뼈나이 측정에 큰 착오가 생길 수 있다. 사람에게는 뼈나이에 따라 저마다 자신만의 ‘성장 스톱워치’가 있다. 그 시계에 따라 키가 크고 멈추는 시기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자.

■ 글: 이솝한의원 이명덕 원장(02-3444-3588 / www.aesopclinic.com)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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