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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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방송시청자로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청소년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어른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는 고정적으로 있으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는 별로 없다. 판에 박히지 않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청소년을 위한 방송은 과연 어떤 것인가. 70년대 말부터 10여년 이상 이은집씨(48·영등포 여고 국어교사)가 몰두해온 문제들이다.
20여년 교편을 잡아온 이씨는 지금까지 웬만한 청소년 프로그램에 거의 모두 직·간접으로 관련돼있는「청소년프로 터줏대감」으로 알려져 있다.
MBC라디오『별이 빛나는 밤에』등 각종 청소년프로에 직접 출연해 호흡을 같이 하기도하고 KBS-1라디오『오후의 교차로』등엔 구성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학가요제·KBS청소년가요제 등에선 10여곡 이상 입상한 작사가, 청소년 베스트셀러인『학창보고서』『남녀공학 비밀수첩』등을 다량 쓴 소설작가, 각종 잡지의 칼럼니스트, 신인가수지도자 겸 매니저이기도 하다. 이 모두를 이씨가 혼자 다해낸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방송프로그램에 관련된 복잡한 제작체계에서 이씨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청소년 프로를 개발해내 각광을 받아왔다.
『우리 교육현실처럼 청소년 문화와 정서를 등한시해온 경우도 드물죠. 그나마 몇몇 청소년 프로들은 실제로 청소년 자신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정도로 사실에서 벗어나 있어 더욱 문제지요.』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씨가 개발한 교육방송의 콩트『웃으며 공부합시다』와『학창보고서 』시리즈,『남녀 공학』시리즈 등의 소설·콩트집은 현직 교사생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재미와 정서가 넘쳐 큰 히트를 기록했다.
『KBS-2라디오「밤을 잊은 그대에게」에서 청소년의 꿈과 정서를 위한 상담역으로 고정출연 할 당시「예쁜 엽서」를 보내 인연을 맺게된 박학기가 이제는 어엿한 가수가 돼 건전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걸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서울여고 교사 때 지금은 가수가 된 한영애를, 용산고 교사 때 가수 겸 작곡가로 활약하고 있는 강인구를 가르치며 이들이 좋아하던「노래부르기」가 결코 억압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이 교사. 이제 성인이 된 이들은 당시 격려하던 선생님을 잊지 못하고있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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