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 '통문관' 대표 이겸노 옹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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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70년 전통의 고서점 '통문관(通文館)' 대표이자 서지학자인 산기(山氣) 이겸노(사진) 옹이 15일 오후 2시40분쯤 서울 누상동 자택으로 숙환으로 별세했다. 98세.

생전의 고인은 스스로 책방 주인이라고 낮췄지만 단순한 고서점 주인이 아니었다. 평안남도 용강 출신인 고인은 16세 때 점원으로 고서점 일을 시작해, 25세 때 고서점 '금항당'의 사장이 됐다. 해방 직후 '금항당' 간판을 '통문관'으로 고쳐 달았고, 통문관은 1960~70년대 국학 자료의 보급기지 역할을 했다. 고유섭.이희승.최순우씨등 국학의 대가들이 통문관에서 자료를 얻었다.

고인은 '월인석보'를 비롯해 '월인천강지곡''독립신문' 등 국보급 고서을 발견해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옮겼고, '월인천강지곡''청구영언'등 국학 관계 문헌을 발간하기도 했다. 2만여 권의 고서를 소장한 장서가이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 조선시대의 '계미자''갑인자' 등 옛 활자를 판별.감식하는 고활자 연구가이기도 했다. 87년 자신의 인생사를 정리한 '통문관 책방비화'라는 책을 펴냈던 고인은, 평생을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살았다. 고인은 지난해 고문헌 발굴 등에 공헌한 업적으로 동숭학술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 장남 동악('제우스' 회장), 삼남 동향(고려대 명예교수), 사남 동년('고향각' 대표)씨, 사위 이영석('영창서점'대표)씨. 빈소는 서울 삼성의료원. 발인은 17일 오전 8시. 시신은 화장될 예정이다. 02-3410-6914.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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