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앞에 섰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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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비자금 사태가 정치자금 문제로 증폭되면서 정·재계가 흔들리고 있다. 누가 저들을 저 자리에 올려놓았을까 하는 자괴감에 이들의 다툼은 일반시민에게 낯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한국적 자괴감은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례는 아니다.

지난 95년 오늘 (10월 27일) 우리는 전직대통령의 눈물을 목격해야만 했다.

그해 10월 19일.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국회에서 노태우 前대통령의 4,000억원 비자금 보유설을 폭로했다. 이자리에서 박의원은 盧전대통령의 비자금 차명계좌 잔고조회표까지 공개했고 10월 21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그리고 27일 盧 전대통령은 "재임중 조성한 통치자금은 5,000억원, 쓰고 남은 돈은 1,700억원이며 국민이 내리는 처벌은 어떤 것이든 달게 받겠다"는 내용의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못난 노태우, 외람되게 국민앞에 섰습니다" 로 시작된 이날 대국민 사과는 TV로 전국에 생중계 되었다. 침통한 표정에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흘리는 전직 대통령을 바라보며 우리 국민은 盧 전대통령 만큼이나 침울했다.

이어 11월 1일 검찰은 盧전대통령을 소환, 철야조사를 벌였고 측근및 기업인들 수사로 압박해 盧씨가 친·인척 명의로 대규모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과 상당수 대기업이 거액의 비자금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기업총수 40여명을 소환해 盧씨의 뇌물수수 사실을 확인하고 11월 16일 2차 소환조사후 盧전대통령을 전격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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