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ㆍ투신등 제2금융권도 지급준비금 예치 추진/한은,개선방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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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은행은 효율적인 통화관리를 위해 단자회사ㆍ투자신탁ㆍ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의 일정비율을 지급준비금 명목으로 중앙은행에 맡기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통화지표를 현행 은행위주의 총통화(M₂)에서 장기저축성예금을 빼고 단자등의 발행어음과 CMA(어음관리구좌)등 제2금융권의 단기성예금을 추가한 단기유동성(M₂B)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은은 4일 이같은 내용의 지급준비제도 개선방안을 마련,재무부등과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은의 이같은 방침은 중앙은행의 지급준비 대상에서 빠져있는 제2금융권의 수신비중이 전체 예금의 64.8%에 이르러 통화관리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데다 신용창출면에서도 단자사의 자기발행어음이 한달에 8.64회,신용금고 보통예수금이 2.35회 회전하는 등 은행저축예금(1.63회)보다 오히려 회전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제1,2금융권간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제2금융권을 은행과 마찬가지로 지준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한은은 주장했다.
한편 전국 투자금융협회는 4일 한은의 제2금융권에 대한 지급준비금 예치 의무화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뒤틀린 돈 흐름 잡기위한 조치/「단기유동성」통화지표도 도입/제2금융권선 반대하고 은행들은 지지(해설)
한은이 제2금융권에 대해 지준(지급준비금)의 적립의무를 부과하고 통화지표를 바꾸는등 지급준비제도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최근 돈이 많이 풀렸는데도 기업의 돈가뭄이 심화되는등 자금의 뒤틀림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의 이같은 방침은 제2금융권의 관할권을 틀어쥐고 있는 재무부의 동의를 얻지못할 경우 하나의 「구상」에 그칠 공산도 없지 않다.
한은은 이미 지난 88년부터 제2금융권에 지준을 매겨야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재무부와 제2금융권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런데도 한은이 공식자료를 만들어 청와대등 관계당국에 배포하고 「여론조성」에 나선 것은 지준대상에서 제외된 제2금융권을 잡지 않고는 돈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제2금융권에 대해서 예금자보호를 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2∼10%)을 시중은행에 예치하거나 통안증권등 수익성자산으로 보유토록 돼 있다.
그러나 일반은행은 이자없이 중앙은행에 지준을 쌓도록 돼 있는데 비해 제2금융권은 이자를 받는 수익성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고 지급준비금을 전액 은행예금으로 두는 경우 당좌대월을 일으켜 예금의 1백%까지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지준부담이 거의 없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또 은행과 제2금융권의 수신비중을 보면 80년에만해도 65대35였던 것이 86년에 역전,지금은 35대65로 완전히 뒤바뀐 상태라는 것이다.
결국 한은은 전체 예금의 35%만을 쥐고 앉아 통화관리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이와 함께 현재 현금 및 은행요구불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ㆍ거주자외화예금을 포함시킨 총통화(M₂)를 통화지표로 쓰고 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와 CMA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단기성금융자산을 포함시킨 단기유동성(M₂B)을 지표로 쓰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한은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제2금융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예치할 경우 그만큼 여신규모가 작아져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은 또 단자사등이 지하경제를 끌어올려 실세금리를 반영하고 있는데 지준을 부과하게되면 자금이 사채시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급준비제도를 확대하려면 은행과 같이 경쟁할 수 있도록 여ㆍ수신업무를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재무부는 제2금융권은 어음중개기관이므로 신용창조를 할 수 없고 단기유동성 지표에 포함된 은행신탁,단자등의 단기실적배당상품의 가치가 불안정해 단기유동성지표가 지표로서 안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쨌든간에 한은의 이번조치는 한은법 개정에 뒤이은 내무부와의 「밥그릇싸움」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지준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한은이나 재무부는 우리경제가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따지고보면 통화당국의 통화관리실패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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