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상품 정보 제공에 큰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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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87년7월1일 본격적인 소비자 보호 전문기관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한국 소비자 보호원 (원장 김형배)이 개원 3주년을 맞았다.
경제기획원 산하 기관인 보호원이 그동안 벌였던 사업은 대부분 영세하고 비전문적이었던 민간 소비자 단체의 소비자 보호 사업을 보다 전문·과학적이며 본격적인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현안 문제에 대한 민첩한 대응 부족 ▲정책 연구·제도 개선 사업의 비효율성 ▲정부의 입김을 배제한 사업의 독립성 결여 ▲사업의 지역적 편중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호원이 수행한 사업 중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각종 상품의 시험 비교 검사로 소비자들의 올바른 상품 선택을 도왔다. 별도의 시험 검사실을 갖춘 보호원은 냉장고·TV에서부터 은수저·간장·연필 깎기에 이르기까지 1백3개 품목에 대한 비교 테스트와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고 별도로 소비자 고발 처리를 위해 6백59개 품목을 시험 검사했다.
다양한 품목의 상품 비교 검사 결과는 매스컴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상품 정보를 주는데 도움을 주었으나 정작 소비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며 관심을 보였던 자몽 등 수입 농산물 위해 파문, 수돗물 파동, 공업용 간지사용라면 시비 등의 큰 사건 때는 침묵으로 일관해 순발력 있는 대응을 못하고 사건 발생후의 감시 기능도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행정부서나 대기업과의 마찰 소지가 적은 문제에만 집착했다는 평도 들어야했다.
보호원 시험 검사 사업은 문제가 야기된 상품에 대한 시기 적절한 검사 발표, 기타 조사 기관과의 중복 검사 탈피, 검사 품목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범용성이 적고 소소한 상품의 검사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상품에 대해 집중적이고 주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보호원 소비자 상담과 개설 이후 처리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 구제 사건은 모두 7만2천여건. 그러나 89년의 경우 총 2만2천여건의 상담 실적 중 약 90%가 서울·경기 지역 소비자에 국한돼 있어 지역 편중 현상을 고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행 법규상 (소비자 보호법 제45조) 등의 맹점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분쟁 발생시 보호원의 분쟁 조정 위원회가 조정 결정을 해도 당사자 중 어느 일방이 수락하지 않을 경우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 조정의 불성립율도 15% (총 3백32건 중 50건)에 이르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 상담의 경우 민간 소비자 단체와의 업무 중복이 많아 이에 대한 단체간의 역할 분담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호원 사업의 본령이며 주목적이라 할 수 있는 소비자 정책 연구나 제도 개선의 활성화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한층 노력해야한다는 것이 소비자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보호원은 그동안 할부 판매법 시안 등 38건의 정책 개발 연구 안 등을 포함, 모두 1백65건의 정책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연구와 정책 대안의 일부는 질보다는 양 위주로 흐르고 행정부서 등과 마찰 소지가 적은 문제에 집착해 묵살되거나 「검토」 「참고하겠음」의 수준으로 처리돼 국가 예산의 낭비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실제로 경제기획원·재무부·법무부 등에 제시한 정책 대안의 반영률은 33.3% (1백65건 중 55건)에 그쳤으며 「식품의 이물질 혼입 사례」등 1백38건을 고발해 지도 단속과 시정을 요청했으나 50·7%만이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반영률이 저조한데는 관계 기관의 미온적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연간 70억∼80억원의 예산과 2백56명의 직원을 갖추고 있는 보호원이 명실상부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힘든 인적 구성 ▲관료적인 일부 간부진과 실무진의 갈등 ▲사업 수행보다는 내부 행정 관리 위주의 운영 ▲외부 입김 ▲민간 단체와의 업무 영역 갈등과 협조 부족 등이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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