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원리』 콜린 우드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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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린 우드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역사 학자로서 알려져 있다. 그의 명저 『역사의 사상』은 역사가가 연구하는 과거란 죽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 살아 숨쉬고 있는 과거라야 한다고 주장한 논문이다.
그에 의하면 역사가의 연구 대상인 과거지사 또는 유물은 역사적 사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역사는 사상의 역사이며 역사적 연구 또는 지식이란 사상의 재현이며 이는 역사가의 현실 생활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콜린 우드는 또한 철학가이기도 했다. 여덟살 때 칸트의 『윤리 학설』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철학에 심취했고 실증주의 철학을 비판하며 헤겔 철학을 옹호했다.
그는 럭비고등학교 재학시에는 작곡도 했고 그림도 그렸다. 그는 예술 철학가는 직접 예술강조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예술의 원리』는 그의 철학· 역사, 그리고 예술 철학을 바탕으로한 독특한 예술 이론이다. 이 책은 예술에 그치지 않고 그의 종교·과학·역사, 그리고 철학 등 광범위한 분야, 즉 문화의 총체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예술에 있어서의 상상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상상은 자유로운 상태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자체는 사실의 기초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예술이란 자기 모순을 내포하고 있지만 참다운 예술적 가치는 이 모순을 뛰어 넘는 자기 초월에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예술의 기원 또는 그 기능이라는 일반적 상식을 논한다. 그러나 진정한 예술과 비 예술적인 것이 혼돈 되는 오해를 마술·오락물을 예로 들어 해명한다. 또 예술에 있어서의 이론과 실천 사이의 모순도 지적한다. 2부에서는 제학파의 예술론을 소개하며 그 숱한 용어의 오용을 경고 한다.
특히 이 강에서는 예술에 있어서의 상상력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그의 역사학 저서 『역사의 이론』에서의 역사가의 상상 논과도 일맥상통한다. 상상적 표현이란 곧 의미를 추구하는 활동이며 이것이 성공했을 때 의미가 실현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3부의 내용은 예술가간의 공동 작업, 수용자의 책임 등 예술이 전달되는데 긴요한 예술외적 요인의 설명이다. 종래의 미학론자와는 판이한 시각을 나타낸다. 이 책은 역사·철학 등 문화적 총체 속에서 예술을 파악하고자 시도한 퍽 독창적인 예술이론서라는 점에서 이론가뿐만이 아니라 예술인에게도 퍽 도움이 되는 명저라 하겠다. 이근삼 <극작가·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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