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체험담 최우수상 선순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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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을 위해 봉사한 것도 아니고 저 자신과 가족을 위해 가계부를 적고 나름대로 알뜰하게 가정경제를 꾸렸는데 상이라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저축 추진 중앙위원회가 「89년도 가계부 기록 체험담 공모」 수상자로 뽑은 4명 중 최우수상을 차지한 선순임씨 (32·여·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소길리 산194의 5)의 첫 수상 소감이다.
지난 81년11월 당시 법무부의 보도직으로 비행 청소년의 선도를 맡은지 겨우 2개월째 된 햇병아리 말단 공무원 박두문씨 (39)와 결혼한 선씨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내핍 생활에 들어간 것은 83년1월부터였다.
『서울의 20만원짜리 단칸셋방살이를 거치고 가계부와 씨름하면서「가난은 너무 고생스럽고 치사한 감정까지 만드는 유치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어요.』그래서 선씨는「순한 양의 티를 벗고 여우의 달을 쓰겠다」고 전격선언, 남편의 협조를 얻어 박봉의 80%를 뚝 떼어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때문에 봉급에서 남은 푼돈과 연6백%의 정근수당·체력 단련비를 고루 나눠 쓰게된 생활은 빠듯하기 이를데 없었다. 남들이 떠가고 남은 조각천을 절반의 금액으로 떠다 결혼 전 배운 양장 기술을 활용, 아이들의 옷을 지어 입히고, 남편 직장에서 나오는 폐지로 노트를 만들어주는 등 요즘 문제되는 과소비와는 애당초부터 거리가 먼 생활이었다.
이같은 「또순이 살림」으로 가계부가 차츰 살찌고 이젠 3천5백만원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꿈에 그리던 내집 마련 계획은 하늘 모르고 치솟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
제주 소년원 관사에서 남편 딸 둘 (국교3 년·1년)과 함께 살고있는 선씨는 『계획 경제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딸들이 꿋꿋하게 자라 마음이 뿌듯하다』고 밝히고 『여고 시절부터 용돈의 출납을 적은 습관을 살려 주부 일을 그만 둘 때까지 계속 가계부를 쓸 작정』이라고 다짐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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