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세워놓는 게 돈 버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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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가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면서 가동율이 70%선으로 떨어진데다 보험료라도 절약하기 위해 휴지신고를 내는 업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택시불황은 자가용 보급 확대에 따른 이용객 감소, 유가 인상, 보험료상승, 차량(부속대)가격 상승, 운전기사난 등이 겹치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연쇄도산도 우려되고 있다고 경북매일신문이 보도했다.

경주지역의 S택시는 수년전부터 매출이 격감하면서 적자폭이 가중되자 최근 85대의 택시 중 29대에 대해 경주시에 휴지신고를 내고 번호판을 반납했다.

6개월 한도내에 운행을 중지하는 휴지신고를 내는 것은 해당 기간동안 해당 차량에 대한 세금 및 보험료를 공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지역 법인택시업계에서도 경영불황 타개책의 일환으로 휴지신고를 내는 업체가 등장했다.

전체 930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16개의 법인택시업계는 유가상승, 보험료인상, 기사난 등이 겹치면서 적자폭이 날로 가중되자 Y택시가 2대 등 현재까지 4대가 휴지신고를 처음으로 냄으로써 앞으로 신고대수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여기에다 돈벌이가 시원찮자 기사 구인난도 심각해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체 택시 가운데 30% 이상을 운행하지 못한 채 장기 주차해놓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38)씨는 "승객수가 절반 이상 줄면서 하루 벌이가 종전 10만원대에서 현재는 5만원도 안된다" 며 "돈벌이가 안되기 때문에 젊은 기사들의 이직율도 늘 수 밖에 없어 회사나 기사 모두 살기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젊은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음으로써 업체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초보 및 노령층 기사들을 구할 수 밖에 없어 이들에 의한 교통사고 등으로 보험료할증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 택시 관계자는 "단순히 손님이 없다는 차원의 불황을 넘어 유가폭등, 보험료 인상, 차량가격 상승, 기사들의 연월차사용 등 복합적인 상황이 겹치면서 적자를 보지 않는 회사가 없다" 며 "기업 특성상 적자가 가중된다고 해서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경영난을 타개할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택시업계에서는 '운행하지 않고 세워놓는 것이 돈을 번다'는 말이 정설이 되고 있어 중소기업에 지원해 주는 경영안정자금 등의 자금지원이 택시업계에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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