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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안보정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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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반면 아베는 아직 경험이 적고 검증이 덜 된 인물이다. 그는 헌법을 수정하고 교육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교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아시아에서 주변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안보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그동안 일본이 '보다 정상적인 국가(more normal nation)'로 향해 가던 흐름을 멈추지 않기 바란다. 오히려 박차를 가해주었으면 한다. 안보 문제로 다른 나라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국제 안보 환경에 민감한 실용주의 국가다. 그런데 주변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국은 급속도로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으며,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은 중동.남아시아 문제로 이미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안보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일본은 자신의 발목에 채웠던 안보 족쇄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이미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이라크 재건에 참여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병했다. 군사장비 수출에 대한 제약을 다소 풀었으며, 미국과 함께 미사일 방어(MD)망에 협력하기 위해 방위기술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아베는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의지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방위 협력도 보강했다. 그 결과 과거에 비해 한결 균형 있고, 포괄적이며 실용적인 미.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도 이를 환영하고 있다. 또 더 큰 국제적 역할을 맡기 위해 자국 내 법적.제도적 장치도 수정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그랬듯이 아베는 정책을 만드는(policy-making) 총리로서 역할을 강화할 것이다. 헌법 수정을 밀어붙이고 보다 효과적인 위기 관리를 위해 자국법을 손질할 것이다. 방위청을 성(省)으로 승격시킬 것이다. 또 안보 정책 추진을 위해 초당파적인 지지 세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주변 국가들은 도쿄의 이 같은 움직임을 우려해야 할 것인가. 이웃 국가들이 일본에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본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자위대를 파병하고 있기는 하지만 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만약 불안하다면 그것은 자위대 자체 때문이 아니라 민족주의의 재부상을 경계하는 것일 뿐이다. 민족주의의 부상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도 다 있는 현상이다.

일본은 비핵 원칙을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있으며 방위 예산은 국민총생산(GNP)의 1%에 불과하다. '군국주의 복귀'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지만 일본의 민주주의는 건강하다. 군사 부문에 대한 민간의 통제와 '문민 우위'는 잘 작동하고 있다.

일본은 보다 실속 있는 국제적 역할을 담당하려 하고 있다. 물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내에서 가급적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지 않고, 이웃 국가에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정책 변화를 잘 관리해 왔다.

아베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한국과 중국을 첫 외국 방문지로 선택했다. 현명한 일이다. 한.일, 중.일 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 연구소장
정리=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