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운용 방향은 4ㆍ4경제활성화 종합대책이 나온지 3개월도 지나기 전에 정책기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현정부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피상적이며 장기적 안목을 결하고 있는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어렵고 심각한 문제중 하나가 연율 16%의 속도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는 일이며,따라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의 초점을 여기에 맞춘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불가피한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물가문제는 최근 2∼3개월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임금상승으로 제품의 원가부담이 늘어나기 시작한 이래 계속 언제라도 현재화될 수 있는 복병으로 간주돼 왔다.
4ㆍ4종합대책도 비록 우선 순위가 훨씬 뒤로 밀리긴 했지만 물가문제를 올해의 주요정책과제로 꼽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새삼스레 물가안정이 하반기 경제운용의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그동안의 인식과 처방이 안이했다는데 1차적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이자리에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기ㆍ대증적 처방의 미숙여부에 앞서 물가문제를 전체 경제문제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나 의지가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잘 알다시피 지금 우리 경제는 저임시대에서 고임시대로,양적 성장에서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로,그리고 국민 의식도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물불을 가릴 수 없던 상황에서 보다 인간다운 생활을 희구하는 상황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있다. 과거 30년간의 경제운용패턴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같은 체질과 여건의 변화는 숱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마련이다.
노사분규ㆍ임금상승ㆍ과소비ㆍ농산물 가격상승ㆍ수출경쟁력저하 등 우리가 지금 부닥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이같은 전환기적 증상들이며 서로 깊은 연계를 갖고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문제를 이렇게 볼때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것이 단기적ㆍ부분적으로 한해의 운용방향을 결정지어 오던 시대를 벗어나 그 방향과 내용이 우리경제 전체에 대한 거시적ㆍ장기적ㆍ통합적 통찰과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가 보기에 그동안 정부의 정책이 조령모개나 졸속이라는 비판을 듣게되고 4ㆍ4종합대책을 3개월도 안돼 뜯어 고치게 된 것도 이같은 거시적 안목과 이해에 바탕을 둔 장기 비전을 결한 채 눈앞의 현상에 매달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도 물가안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물가문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가격 문제에 뚜렷한 대책이 없고 더욱이 농가소득보장문제와의 연계성을 감안한 입체적 검토를 결하고 있는 것은 이번 대책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안이하게 마련됐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임을 지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