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외아들 벌금못내 “발동동”/목동아파트 수사로 애태우는 신수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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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허리다쳐 정부가 준 입주권 전대/“3백만원 내라”검찰 통지에 고민
한말 일제강점시대를 거쳐 언론문필가·역사연구가·독립운동가 등 행동하는 선각 지식인으로 활약하다 한을 품고 옥사한 단재 신채호선생(1880∼1936)의 유독자인 신수범씨(70·서울 잠실4동 시영아파트 63동308호)는 검찰의 목동임대아파트 불법전매·전대사건수사 결과 지난 13일 검찰로부터 3백만원의 벌과금 예납고지서가 날아오자 이를 마련할 길이 없어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신씨가 목동임대아파트와 관련을 맺은 것은 88년6월.
신씨는 74년 그동안 살던 서울 대방동 신생아파트 13평형을 단재선생 사당 건립 부지마련을 위해 팔고 보증금 1백만원에 월세20만원짜리 사글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단재선생의 유족이 사글세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국가보훈처는 88년6월 신씨에게 목동임대아파트 20평형 입주권을 주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임대아파트 입주일인 그해 11월 신씨는 지병인 디스크와 협심증으로 강남시립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74년 광복절 기념식장에 초대돼 갔다 육영수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요. 이후 일본규탄데모를 하다 군중에 떠밀려 허리를 다친뒤 계속 디스크로 고생해 왔습니다.』
더욱이 큰딸(21)이 고3이어서 학교를 옮기기도 어려웠다. 할수없이 신씨는 입주권을 보증금 9백만원에 전세를 주었다.
『국가에서 준것을 전세주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당시로선 어쩔수 없었습니다.』
계약기간 1년이 지난 89년11월 신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는 아들(20·S대1년)이 다시 고3이 돼 전학이 어려웠고 국가보훈처에서 매월 받는 생활비 50만원으로는 월세금을 내고 병구완하기가 어려워 지난번 전세를 주면서 받은 보증금을 써버려 갚을길이 없었다.
신씨는 현재 네식구가 살고 있는 13평짜리 월세집(보증금 5백만원·월세30만원)의 월세값이 2배로 올라 할수없이 다시 보증금 1천5백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주었다.
그러나 금년 4월부터 검찰이 목동임대아파트 불법전매·전대사건 수사를 시작하자 신씨는 매일 신문을 볼때마다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신씨는 지난달 25일 검찰에 출두해 자신의 처지를 자술서로 썼고 그후 3백만원의 벌과금 예납고지서가 날아왔다.
『법을 어겼으니 무슨일을 할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같이 처지가 딱한 사람은 구제해줄 방도가 없을까요.』
신씨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예납고지서와 신문스크랩을 번갈아보며 한숨지었다.<박수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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