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상 최소 핵무기' 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다. 미국과 일본은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 제재 결의안을 냈다. 이 결의안은 경제제재뿐 아니라 군사제재도 허용하는 유엔헌장 제7장을 근거로 했다.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은 분노에 가까운 경고를 했다. 핵실험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도 '핵무기 불용 원칙'을 토대로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북한의 '고립'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핵실험 성공'에 대해선 유보적이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10일 "(성공 여부에 대한) 종합적 판단은 2주일 정도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핵 전문가들은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고성능 폭탄을 터뜨렸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가 제기한 의문점들은 7가지 정도다.

①역사상 최소 규모=북한 핵실험에 의한 지진 규모는 3.6이다. 핵탄두 위력으로 환산하면 0.8kt(1kt는 TNT 1000t의 폭발력)급이다. 이 정도 소규모라면 고도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갖고 있어야 개발이 가능한 '전술 핵무기'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핵실험을 할 경우 '전략 핵무기'인 10~20kt급을 실험한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연구센터장은 "인공지진이 핵실험 때문인지 불확실하다"며 "만약 핵실험을 했다면 역사상 최소 규모일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의 관계자는 "실제론 고성능 폭탄을 터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②움푹 땅 꺼진 흔적 안 보여=핵실험 추정 지역에서 땅이 꺼지거나 하는 특별한 지형 변화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 통상 지하에서 핵실험을 하면 큰 구덩이가 생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핵실험 장소가 함몰됐느냐"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질문에 "위성사진에서도 현재 판독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500㎞ 상공에서 지상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국의 KH-12 정찰위성 등으로 핵실험 추정 장소를 촬영했으나 지형 변화는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③사전에 발표문 작성된 듯=인공 지진파는 9일 오전 10시35분 포착됐다. 북한은 이어 오전 11시48분 '성공적이고 안전한 핵실험'을 발표했다. 불과 1시간13분 만에 발표가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간 동안 핵실험 성공 여부와 지하수 오염을 포함한 안전성을 검토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특성상 중요 언론 발표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준과 다양한 상급 기관의 검토를 받아야 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발표문은 실험 결과와 무관하게 사전에 작성된 것 같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④핵탄두 한 발만 실험=지진파 분석 결과 북한은 단 한 차례만 핵탄두 실험을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인도.파키스탄은 하루에 대여섯 번의 핵실험을 했다"며 "핵폭탄 개발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대개 5회 이상 반복.재현 실험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10일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핵실험을 배제할 순 없다.

⑤온천 지역에서의 핵실험=핵실험 장소인 상평리 일대에는 세천.삼로.송흥 온천 등 유명한 온천이 산재해 있다. 온천 지역에는 수맥이 통과한다. 이 때문에 온천 지역은 방사능 오염을 우려해 핵실험 장소로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관계자는 "핵실험장 선정 때 방사능 오염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수맥이 있는 곳이나 주택가 인접 지역은 선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⑥안 보이는 통제소=정보 당국은 핵실험에 대비해 상평리 일대를 관측했다. 통제소를 찾기 위해서였다. 통제소는 주민과 군부대의 이동을 제한하고 핵실험을 모니터링하는 곳이다. 하지만 상평리엔 통제소가 관측되지 않았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통제소를 설치하지 않고 핵실험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⑦방사능 물질 확인 안 돼=핵실험을 하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제논.크립톤85 등의 방사능 물질이 방출된다. 그러나 한국.미국.중국.러시아 그 어느 나라도 아직까지 방사능 물질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신성택 미국 몬트레이연구소 연구원은 "핵실험을 하면 반드시 방사능 물질이 방출되는데, 수일 내 탐지되지 않으면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