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신고 법정증언/시민은 불안에 떤다/대낮 법원앞서 증인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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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검찰 “우편 진술ㆍ증언보전신청 활용 신변보호” 지시
시민은 불안하다.
날뛰는 흉악범을 보고도 신고하기가 무섭고 경찰이나 검찰ㆍ법정에서의 증언은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나 공권력의 대응은 「사후약방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낮 법정증언자 피살사건은 신고ㆍ피해자의 증언을 필수로 하는 우리의 현행 수사관례에 시달려온 시민의 잠재불안을 충격적으로 가중시키고 있을뿐아니라 80%이상은 신고에 의존하는 범죄수사가 「신고기피」로 벽에 부딪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13일의 서울 동부지원 증언자 보복살해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 백삼기부장 등 검사 9명으로 전담반을 편성,직접 수사에 나서는 한편,서울동부ㆍ강동 등 2개 경찰서에 각각 수사전담반을 편성,공조수사체제를 갖춰 범인들을 추적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14일 부득이한 경우라도 강력사건의 경우 증언자신변보호를 우선으로,보복이 우려될때는 증언보전신청방법을 적극 활용토록 전국 검찰에 긴급지시하고 15일 전국강력부장회의를 소집,신고ㆍ증언자 보복범행예방대책을 시달키로 했다.
검찰은 앞으로 수사과정에서의 신고자 신분노출방지를 위해 소환을 가급적 억제,우편진술제와 전화진술청취,출장조사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대질신문이 필요한 경우에도 피의자와 신고자ㆍ피해자의 대면은 피하게하는 한편,재판부와 협조해 흉악범죄증언은 비공개신문으로 듣도록 하기로했다.
13일 오후3시10분쯤 서울 구의동 243 서울지법 동부지원 앞길에서 20대청년 3명이 이 법원에서 조직폭력배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실 등에 대한 증언을 마치고 나오던 임용식씨(33ㆍ도이치호프 생맥주집주인ㆍ서울 방이동 39)의 목을 식칼 2개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뒤 모두 그대로 달아났다.
목격자 김성진씨(25ㆍ미장공)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날 동부지원 형사5단독(재판장 이종오판사) 2호 법정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기소된 폭력조직 「동화파」행동책 최종국씨(23ㆍ서울 북가좌1동 383)에 대한 증인으로 나온 임씨가 『이 사람이 맞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 『맞다』고 증언하자 방청석에 있던 범인들의 『나오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범인들은 이어 법원마당에서 기다리던 일당 10여명과 합세,임씨를 둘러싸고 『왜 증언을 그따위로 했느냐』며 임씨의 목덜미를 잡고 끌고가려하자,임씨는 법원앞 4차선도로를 건너 달아났다.
범인들은 임씨를 바로 뒤쫓아가 이중 1명이 길가 철물노점상 좌판에 있던 길이 30㎝짜리 식칼 2개를 양손에 들고 임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한뒤 그대로 뛰어달아나고 나머지 2명은 길가에 대기중이던 로열프린스 인천 임시번호 85821 쥐색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숨진 임씨는 지난해 8월초부터 최씨 등 폭력배 4명이 자신이 경영하는 서울 방이동 151 대부룸카페에 9차례에 걸쳐 찾아와 1백여만원어치의 술과 안주 등을 먹고 행패를 부려오자 경찰에 고소,3월30일 최씨 등 4명이 구속됐으나 이중 전모씨(23) 등 2명은 검사의 구속취하로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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