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광주사태 침묵이 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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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한미대사관,적극적 의사표시 전환의 배경/「개입설」계속 퍼지자 반론대응/정전위수석 한국군 장교 교체는 법적하자 없어
미국정부는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지난 10년간의 소극적 침묵에서 적극적 의사표시로 방침을 바꾸었으며 지금까지의 침묵고수방침은 오판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한미대사관의 외교소식통이 13일 밝혔다.
이 외교소식통은 이같은 미정부의 방침 변경은 그레그주한미대사가 최근 『광주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오랜 침묵고수는 잘못이었다』는 언급과 전민련의 질의에 대한 답변형식의 서한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외교소식통은 현재 미군장교가 맡고 있는 남북정전회의 남쪽 수석대표를 한국군장교로 교체하는 것에 법적인 하자가 없어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한미대사관 외교소식통이 밝힌 광주사태에 대한 미정부측 방침 변경과 정전회의 수석대표 교체문제에 관한 미정부측 입장이다.
▲광주민주화항쟁=미국정부는 지금까지의 침묵고수 방침에서 적극적ㆍ공개적 의사표시로 방침을 바꾸었다. 미국정부는 침묵고수방침이 오판이었던 것으로 자인한다.
이같은 방침변경의 계기는 지난해 공개된 미국무부의 광주문제에 관한 보고서였다.
미국무부는 지난 88년 역사학자들로 광주문제연구팀을 구성,80년 5월 광주사건이후 제반문건을 모두 분석,미국정부의 입장 및 지금까지의 대응자세 타당성을 재검토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정부의 침묵일관태도는 광주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문제를 진정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했으며 침묵고수는 판단을 잘못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 이후 그레그 주한 미대사는 『광주문제에 관한 미국측의 지금까지의 침묵은 잘못이었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무부는 광주사태이후 광주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기로 방침을 세운 것은 기본적으로 광주사태는 한국인의 문제이며 미국에는 책임이 없다는데 바탕을 두고 대한외교에서 품위를 지키기로 (TAKEHIGH ROAD)결정한 때문이었다.
미국무부는 대한관계에서 한미간,특히 국가대 국가간에 모든 사안을 시시비비로 따질 경우 추태(Dirty)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피해 품위있는 자세를 견지키로 한 것이다.
미국무부의 기본입장은 ▲광주사태는 본질적으로 한국인이 한국인을 학살한 한국국내문제이며 ▲당시 광주에는 미국인이 한명도 없었다. ▲광주주둔 31사단은 진압차 광주로 출동할때 이 사단에 대해 작전권을 갖고 있었던 주한유엔군사령부의 지시를 받음이 없이 『출동한다』는 일방적 연락만 하고 군부대를 이동,미군(주한유엔군)사령부측은 예방조치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미국측은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무부는 또 광주문제와 관련,한국인들이 정치의식과 교육수준이 높아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한국인이 미국에 책임이 없다는 진실을 알게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미국이 광주사태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처음에는 재야ㆍ운동권학생들의 주장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미국을 신뢰하던」 한국내 일부지식인들까지도 재야등의 주장을 사실로 믿기 시작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같은 제반 여건과 사정에 따라 미정부는 적극적대응으로 나가기로 했다.
▲정전회의 수석대표 교체문제=한국군 작전지휘권 문제는 미의회의 넌­워너법안에서 명시한대로 10년내 단계적으로 한국군에 이양될 것이다.
판문점군사정전회의 수석대표를 현재의 미군장교에서 한국군장교로 교체하는 것은 절차상ㆍ법률상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정부는 변호사들로 하여금 정전회의 대표구성을 면밀히 검토했으며 검토결과는 한국군장교로 수석대표를 임명하는데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주한유엔군사령관이 수석대표를 임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군장교가 정전회의대표가 되는데는 한국이 유엔가입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것 역시 별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북한측은 당연히 한국군장교의 대표자격에 이의를 제기,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부정적 태도는 시간이 흐르면 바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도 정전위가 중단될 때마다 회담재개를 먼저 요구해온 측은 북한이었다.
북한측이 정전회의를 요구할때는 매번 대미공격 또는 선전 필요성이 있을 때였다.
따라서 한국군장교가 수석대표로 판문점정전회담에 나갈 경우에도 시간이 흐르면 북한측이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 회의장에 나타날 것이다.
현재의 정전회의는 수석대표간의 대변일 경우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폭언을 하는 장소로 일관돼왔다. 지금까지의 정전회의는 이로 인해 성과없는 선전장에 불과했다
북한측이 폭언을 계속해 온 것은 남쪽 수석대표가 미군장교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군장교가 단장으로 나갈 경우 「동방예의지국」인 남북한 양쪽의 대표들은 서로 예의있는 언사를 쓰게될 것이다.<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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