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웍 실종"…맥풀린 9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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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베로나=임병대특파원】우려했던 허점이 어김없이 베로나의 첫무대에 드러났다.
그 허점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거듭 지적돼온 것이었다. 사령탑은 지혜와 경험이 부족했고충분한 준비기간을 그저 허송세월했다.
비범한 노력으로 다져진 상당한 실력이 없이 「이변」은 창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국축구는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스포츠의 승부도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결코 요행으로 엮어지지 않음을 톡톡히 체험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여덟차례에 걸친 부단한 선수교체로 대표팀의 팀웍은 영점에서 맴돌았고 공·수의 전술과 함께 선수기용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실수를 되풀이, 한국축구의 잠재력을 완전히 사장시킨채 졸전을 스스로 부른 형국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축구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직력의 미비, 상대팀을 제대로 분석못한 정보부재, 주먹구구식의 용병등을 한국팀의 패인으로 지적했다.
▲장경환KBS해설위원=선수기용에서 박경훈을 정용환과 함께 스토퍼로 기용한 것은 우리의 공격을 둔화시켰다.
이는 결국 수비에서의 혼선만 가중시켰고 공격은 전혀 해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조민국은 원래 자리인 스위퍼로 기용했어야 하며 이태호는 스피드있는 경기에 맞지않는 선수다.
특히 우리선수들이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의 제자리 패스를 하고 있고 그것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훈련방법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김정남 유공감독=수비에 지나치게 치중,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공격에는 빠른 선수가 빠져있고 링커진에도 공격에 볼을 연결해 줄 선수가 없었다.
GK의 어이없는 실점이 아쉬웠고 후반 시포를 놓아준 것이 큰 패인이었다.
▲신문선MBC해설위원=박경훈의 수비형 링커기용으로 공격 숫자싸움에서 졌다. 또 미드필더의 수비치중은 결국 현대축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미드필드 싸움을 포기한 셈이 돼공·수의 연결은 물론 속공도 할 수 없었다. 공격을 주도해야 할 김주성과 조민국의 부진이2골을 허용한 요인이다.
▲차범근씨=최선의 공격이 최상의 수비라는 말이 있듯이 공격이 없는 수비는 무의미하다.
특히 이날 한경기에서 무려 2O여개의 패스미스가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과거 한국대표팀이 탄탄한 팀웍과 정확한 패스로 유럽·남미팀들과 싸웠던 점을 생각할 때 조직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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