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안내(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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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주에 나온 미국의 한 시사잡지는 『소련 사람들과 사업하는 위험안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었다. 그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업면허를 받은 외국기업의 겨우 10%만이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적으로도 알 수 있다.
좀 더 실감나는 얘기는 맥도널드 햄버거의 경우다. 지난 14년동안 무려 5천만달러도 넘는 돈을 퍼붓고 간신히 모스크바에 점포를 낸 맥도널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을 벌여 놓고도 좌석이 모자라 쩔쩔맨다. 소련사람들은 입맛을 다시며 요즘도 문밖에서 줄을 서 있다.
그러나 맥도널드는 아직까지 동전 한닢 미국으로 송금하지 못했다. 달러가 없기 때문이다. 소련밖에서는 쓸모도 없는 루블화만 잔뜩 받아놓고 있는 것이다.
소련에서 사업하는 어려움은 첫발은 내디딜 때부터 경험해야 한다. 사무실도 쉽게 구할 수 없다. 임대료는 동경보다 비싸다.
평방야드당 6백내지 8백달러,평당(1평=3.95평방야드) 3천달러가 넘는다. 빌딩을 지으려고 해도 건축기간이 미국 같으면 8개월 걸릴 공사가 8년도 넘게 걸린다.
사무실 용품도 작은 일이 아니다. 일일이 수입해 써야 한다. 책상 하나도 구입하기가 어렵다. 문방구를 수입할 경우 관세도 여간 아니다.
사업하는데 전화가 없을 수 없다. 그 전화를 달려면 1년을 기다려도 될지 말지다. 소련사람이 전화 한대 놓으려면 15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은 괜히 지어낸 말이 아니다. 호텔에서 국외 장거리 전화를 부탁하면 빨라야 몇시간이다.
그러나 더 딱한 노릇은 수송문제다. 주요 고속도로마저도 포장은 2차선뿐이며 그나마 길옆엔 여기 저기 트럭들이 멎어있다. 고장난 차들이다. 이들은 부품이 없어 고장 나면 별수없이 세워놓아야 한다. 비행기 운송은 그야말로 하늘 쳐다보기다. 몇년 미리 예약을 해놓지 않으면 안된다.
소련에서 잘되는 장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련에 거주하는 외국인들(1만4천명)을 상대하는 구멍가게다.
요즘 소련을 다녀온 우리나라의 어느 경제인은 말했다. 『소련에 시장이 있기 있는데 황금시장은 결코 아니더라』는 것이다. 「러시아 러시」도 좋지만 앞뒤를 재고난 다음에 뛰어가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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