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전국이 병든다/「죽음의 산성비」 안전지대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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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발암물질 내뿜는 배기가스/대기오염 기준치 없어 “혼선”
지구환경에 대한 오염과 파괴가 나날이 가속되고 있다.
UNEP(유엔환경계획)도 지구환경오염을 핵전쟁과 함께 인류생존의 최대위협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기준치의 1백배를 넘는 강산성비,지구온실화가 기상이변,오존층의 파괴,유해화학물질의 증가등에 의한 부작용이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 심각도가 외국에 못지않다.<관계기사9,19면>
지난 2월 수도권지역인 경기도 안산시에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산 눈에비해 중금속인 납성분이 1백56배나 많이 포함된 평균 31.2PPB(1PPB는 10억분의1)의 눈이 내린 것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조사돼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더해 주었다.
이 눈속에서는 또 ▲아연 95.1PPB ▲마그네슘 32.9PPB ▲크롬 1.09PPB ▲카드뮴 0.35PPB등이 검출됐다.
연세대 이동수교수(화학)가 지난 2월 해양연구소 재직당시 안산에 내린 눈을 세차례 조사한 결과 납농도가 각각 34.6PPB,25.7PPB,33.3PPB로 나타나 오염되지 않은 북극의 눈(납성분 0.2PPB이하)에 비해 평균 1백56배나 됐다.
또 쌓인 후 하루이상 지난 표면눈의 오염도 조사결과에서는 ▲납 1백48.5PPB ▲아연 3백18.4PPB ▲크롬 3.9PPB나 검출됐다.
이박사는 『이같은 오염의 가중은 자동차의 배기가스등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며 요즘 내리고 있는 빗물속의 중금속 오염도도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각종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중금속뿐만 아니라 벤조피렌등 「발암물질」을 비롯해 수십가지나 되는데 국내의 경우 이들에 대한 대기환경 기준치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점이다.
대기속에 포함된 납ㆍ아연ㆍ크롬 등의 중금속은 각종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눈ㆍ비에 섞여 산업폐수와 함게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박사가 지난해 한강 최상류인 북천에서 하류인 인도까지의 강물 14곳을 대상으로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시민의 식수원인 팔당에서 납 1.6PPB가 검출됐다. 이는 상류인 북천의 0.13PPB에 비해 12배나 높은 수치다.
환경처가 지난 3월 대도시에 내린 빗물의 산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ㆍ부산 등지에 PH 4.7의 산성비(기준치 PH 5.6이내)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광주 PH 5.0,울산 PH 5.3,안산 PH 5.2 등으로 전국이 산성비의 우산권에 있음이 증명됐다.
특히 서울대 김준호교수(식물학과)가 지난 80∼89년 서울지역에 내린 빗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성비 농도는 PH 4.17∼4.68로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산성비가 이미 10년전부터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산성비는 아황산가스등 대기오염물질이 빗물에 섞여 내리는 것으로 동ㆍ식물의 신진대사를 막아 생태계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콘크리트ㆍ철 등을 부식시키는 죽음의 빗물로 수치가 1씩 낮아질때마다 산도는 10∼1백배씩 높아진다.<이기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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