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넘을땐 임신 성공률 뚝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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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결혼생활 25년째지만 한번도 임신을 못해본 주부 이모씨(49)가 불임클리닉을 찾아와 『시험관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이 부인은 아기를 못낳는 사람도 「시험관」을 이용만 하면 언제든지 아기를 가질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남편은 52세로 건강하며 이 부인은 월경이 종전엔 규칙적이었으나 근래 1∼2년째는 좀 불규칙해졌다고 했다.
젊어서는 몇군데 병원을 다니며 불임검사를 했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이가 40세를 넘어서면서 임신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전같으면 절대로 임신이 불가능했던 사람이 최근 시험관아기 방법으로 임신한다기에 찾아와 보았다는 것이다.
물론 양쪽 난관이 다없어 임신을 꿈에도 생각할수 없던 부인도 요즘엔 시험관아기방법으로 아기를 낳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불임의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임신성공에 있어 가강 중요한 것은 부인의 연령이다.
배란이 안되는 부인에게 배란촉진제를 쓰거나, 난관이 막혔을때 난관 성형수술을 하거나, 양쪽 난관이 전부 없어 시험관아기를 통하거나간에 임신성공률은 부인의 연령이 적을수록 높은 것이다.
불임여성이 아닌 일반여성의 임신율을 보더라도 20대엔 왕성하지만 30세를 넘으면서 많이 감소하며 35세가 넘으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씨는 임신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풀이 죽은채 돌아가고 말았다. 35세가 넘어서 불임클리닉을 찾아온 부인들에게 『나이가 많아서 잘 될는지 모르겠다』고 하면 모두들 펄쩍 뛰게 마련이다. 또다른 가정주부 김모씨(36)의 경우도 이같은 설명에 『우리 시누이는 45세에도 아들을 낳았는데 내나이가 뭐가 많으냐』며 사뭇 항의조로 반문했다.
하기야 49세에 임신이되어 유산시키러 오는 부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예가 얼마나 될것인가.
연령이 중요함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가 있다. 즉 서울대병원의 시험관아기클리닉에서 2백명 정도가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했는데 부인의 연령별로 본 성공률은 20대가 35%이상이나 30대는 겨우 12%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관아기시술로 임신이 된 부인의 최고연령이 41세라는 것도 중요한 사실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임신이 잘 안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그중에 난자의 노령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배우자이외 다른 여성의 난자를 공여받아 하는 시험관아기시술은 양쪽 난소가 없는 경우나 부인의 연령이 너무 많아 난자의 질이 좋지않은 경우에 시행한다.
즉 난자는 있으나 연령이 너무 많은 경우는 나이가 적고 출산경험이 있는 다른 여성(흔히 부인의 여동생등)의 난자를 공여받아서 시험관아기시술을 해 높은 임신성공률을 보일수 있다.
이런 경우는 예외적으로 난자공여를 받아 임신한 부인의 나이가 47세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임부인이 불임클리닉을 찾아 임신할수 있는 가능성은 나이가 적을수록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알림=다음 주부터는 박룡균교수(고려대의대·산부인과)가 산부인과의 여러 질환을 이어서 집필합니다.
장윤석<서울대병원 산부인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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