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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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서점가에선 반가운 현상을 하나 볼 수 있다. 큼지막한 활자에 삽화까지 아기자기하게 곁들인 청소년용 책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지난 5월이 청소년의 달,가정의 달이어서 그런 모양이지만 서점에 청소년들이 읽을 책이 많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책 가운데는 교육전문가들이 쓴 원론적인 책이 있는가 하면 일선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보고 느낀 일상적인 문제를 다룬 책이 있고,청소년들이 쓴 글을 모은 책이 있는가 하면 교사와 학생,그리고 학부모들이 쓴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도 있다.
그러나 이런 책을 보면서 느끼는 한가지 공통된 점은 요즘의 청소년들은 너무 꿈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꿈이 있다해도 그 내용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어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희망사항』이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너 장래 꿈이 뭐니』하고 물었더니 학생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없어요.』
『아직 생각 안해봤어요.』
『엄마나 아빠한테 물어봐야 해요.』
가장 꿈이 많아야 할 어린이들에게 꿈이 없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가정과 사회,그리고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어느 농촌의 국민학교 6학년 여자어린이는 글짓기 시간에 「나의 꿈」이란 글을 쓰면서 자기는 장차 중매쟁이가 되겠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이 사연을 알아보니 노총각인 이 어린이의 삼촌이 가짜 중매쟁이의 사기극에 말려 자살했다는 것이다. 어린 가슴에 그런 꿈을 심게 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고교생들의 산문을 모은 『이제 거진 어른인걸요』라는 책에는 청소년들의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불만이 의외로 만만찮음을 본다.
그들은 『도대체 우리보고 뭘하라는 거예요. 우리가 공부만 하는 기계인가요』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환경속에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은 건강한 글들도 있다. 김모군이 쓴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란 글을 보면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는 아버지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을 따뜻한 마음으로 축하하고 있다.
교사들의 글을 모은 『햇살 가득한 교실에서』는 우리 교육에 한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저마다 다른 교육현실에서도 사랑과 믿음으로 끈끈하게 이어지는 교육실천의 사례들이 우리를 감동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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