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한가위…안타까운 사연들

중앙일보

입력

부인이 강제출국 당한 뒤 외롭게 추석을 보내던 40대 조선족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평생을 홀로 살아온 장애인이 처지를 비관, 목숨을 끊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졌다.

5일 낮 12시께 광주 북구 양산동 정모씨(78)의 집 1층 화장실에서 조선족 임모씨(48.중국 랴오닝성)가 숨져 있는 것을 정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지난 2000년 한국에 입국한 뒤 광주 북구 한 공장 등에서 6년 동안 일을 했고 임씨의 부인 승모씨(46)는 지난 2004년께 한국에 들어온 뒤 이 지역 한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2월부터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지만 중국 모 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들을 생각하며 불안한 돈벌이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부인 승씨가 한달 전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강제출국 당했지만 임씨는 자녀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홀로 남아 막노동을 계속했다.

하지만 임씨는 부인과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계속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평소 앓고 있던 심장병도 크게 악화됐다.

직장 동료 나모씨(32)는 "임씨가 평소에 심장이 아프다는 말을 간혹 했지만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최근 부인이 강제출국된 뒤 추석 명절을 홀로 새는 것에 대해 무척 괴로워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임씨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부인이 강제출국 당한 뒤 계속 식사를 거르면서 증세가 악화돼 숨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홀로 살고 있던 장애인이 신병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모 아파트 정모씨(62)의 집에서 정씨가 가스배관에 빨래줄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정씨의 조카(21.여)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의 조카는 "추석을 맞아 삼촌에게 송편을 건네주기 위해 가보니 삼촌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뇌성마비 등 중증 장애를 앓아 평생을 홀로 살아온 정씨가 3개월 전부터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데다 유서 등을 남긴 점으로 미뤄,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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