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원로 장우성翁 출판기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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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흰 머리털은 성성했지만 몸가짐과 맵시는 꼿꼿했다. 동양화단의 원로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91) 옹은 구순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손님들을 맞았다.

23일 오후 5시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 호텔 글로리아홀에서 최근 펴낸 회고록 '화단 풍상 70년'(미술문화)의 출판기념회를 연 월전은"노경에 들어서도 사고력이나 제작 의욕이 크게 손상되지 않은 편이어서 계속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있다"며 "노망이라 웃어버릴지 모르나 만년의 일들은 후인의 엄정한 평가에 맡기고 싶다"고 노익장의 변을 털어놨다.

이날 기념식장은 한국 미술계의 맏어른을 기리는 자리로 시끌시끌했다.

권영우.이열모.이영찬씨 등 옛 제자들과 오용길.이왈종.김보희.김대원.조환씨 등 한국화단을 이끌고 있는 후배들까지 평생 화가로 외길을 걸어온 대선배 앞에 존경과 사모의 정을 표했다.

월전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부 내 기억을 되살리고 모은 자료를 참고해 직접 쓴 이 책이 한국 근현대미술사 서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감회에 젖었다.

18세에 이당 김은호 문하로 그림을 시작한 월전은 서울대 미술대 교수와 홍익대 미술대학부장을 거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돼 화가로는 최고의 길을 걸어온 이답게 "이 나라 화단의 동량들과 이 시대의 화맥을 이어가는 귀중한 인재들과 함께한 일생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월전은 11월 19일부터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중국 국화(國畵)의 거장인 이가염과 2인전을 열 예정이어서 요즈음도 자신이 세운 서울 삼청동 '한벽원(寒碧園)'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제까지 없었던 한.중 원로 교류전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그림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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