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심각… 미국대비 1/4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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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는 23일 삼성전자.SK텔레콤 등 거래소시장에 상장된 2백개의 우량 종목을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조사한 결과 1.07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PBR이 1보다 높으면 기업의 재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높고, 1보다 낮으면 가진 재산보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증시에 상장된 우량 기업들의 주가는 재산가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기업의 성장성.잠재력 등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 다우지수의 PBR은 4.3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한.미 기업들이 똑같은 재산을 갖고 있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주가가 4배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PBR은 2.69,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지수의 PBR도 2.34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장기 불황으로 몸살을 앓아 온 일본은 PBR이 1.5로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국내 증시 전체로는 PBR이 1보다 작은 종목이 4백90개(79%)로 대다수 종목의 주가가 재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이 0.91에 그쳤고, 유통.건설 등도 0.5를 밑돌았다. 다만 전기전자 업종의 PBR이 성장성을 반영해 다소 높은 1.75를 기록했다.최근 수년간 고속 성장을 한 통신업종도 1.44로 나타났다.

증시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보다는 풍문.테마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또 노사갈등.기업지배구조.북한핵 등 한국의 고유한 '국가 위험(컨트리 리스크)'도 국내 주식의 가치를 떨어 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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