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불균형 개선 촉구/“통석의 염 금할 수 없다” 일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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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대통령,일본국회서 연설/가이후 총리 “겸허히 반성 솔직히 사죄”/동북아평화협 제안/일 기술이전도 요청/노대통령
【동경=이규진특파원】 노태우대통령은 24일 저녁 아키히토 일왕주최의 환영만찬에 참석한데 이어 25일 오전 일본국회의사당에서 중·삼의원 7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변화하는 세계속의 새 한일관계」란 주제로 30분간 연설했다.
노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지난 88년 유엔총회에서 동북아평화협의회를 제안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고 『이 협의체의 실현을 위해 가능한 나라,가능한 분야부터 공동이익을 실천할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노대통령은 『일본이 미국과 유럽에 대해 시장개방과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듯이 한국에 대해서도 무역불균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관계기사2,3면>
이에앞서 노대통령은 방일첫날인 24일 저녁 아키히토 일왕이 궁성에서 연 환영만찬에 참석,과거사 사죄발언을 들었다.
아키히토 일왕은 만찬사에서 『우리나라에 의해 초래된 이 불행했던 시기에 귀국의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고 본인은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키히토 일왕은 『소화천황(히로히토 전일왕)께서 「금세기의 한시기에 양국간에 불행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유감이며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상기하게 된다』고 전제,이같이 말했다.
노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이제 우리 두나라가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이 되기위해 양국관계발전에 장애가 되어온 과거역사의 그늘을 걷고 잔재를 치우는데 공동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일 총리는 24일 저녁 노대통령과의 1차정상회담에서 『본인은 과거의 한시기에 한반도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행위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고난과 슬픔을 체험하신데 대해 겸허히 반성하며 솔직히 사죄를 드리고자 한다』고 일왕보다 더욱 구체적 내용의 사과표명을 했다.
노대통령은 25일 일본국회연설에서 『한일 양국관계는 양국간의 과제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태평양협력의 바탕인 동시에 핵심적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 두나라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노력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과학기술협력문제에 대해 『일본이 한국과의 경쟁을 꺼려서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국의 경제발전이 일본의 국가이익에 합치된다는 인식아래 일본의 기술이전과 기초과학협력을 촉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과거사청산문제에 대해 『지난 시대의 잔재가 두나라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으나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지난날의 속박을 끊고 과거의 잔재를 치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대통령은 이어 『70만 재일한국인은 일본국민과 함께 전쟁의 고통을 겪었으며 일본의 재건과 발전에 참여해왔다』며 『이들이 이곳에서 불편없이 살게될 때 양국국민은 한일 우호를 가슴으로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쿠라우치(앵내의웅) 일본중의원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과 한국은 옛날부터 특별하게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으나 역사의 한 시기에 우리나라가 귀국과 귀국민에 대해 다대한 피해를 끼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라고 말하고 『우리들은 한일간에 존재하는 불행한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위에 서서 일한 국민간에 두번다시 흔들림없는 우호와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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