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 무노동 무임금 적용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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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심 법원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는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한명수 부장판사)는 28일 "파업기간 중 받지 못한 급여 4700여만원을 달라"며 H생명 노동조합 전 부위원장 김모씨 등 노조 전임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노조 전임자에 대해서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온 대법원 판례와 배치돼, 상급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2003년 E사 노조 전임자들이 낸 급여 청구소송에서 "단체협약에 '노조 전임자를 일반 조합원에 준해 대우한다'는 것은 일반 조합원보다 불리하지 않게 처우한다는 것일 뿐, 유리하게 처우한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조합원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기간의 임금을 받지 못하면 노조전임자도 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재판부는 '노조 전임자를 일반 조합원에 준해 대우한다'는 부분에 대해 "일반 조합원보다 열악하지 않게 보장한다는 취지일 뿐,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고 대법원과 해석을 달리했다. 이어 "일반 조합원은 임금 지급의 전제조건이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는가'라면, 노조 전임자는 '노조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는가'라고 할 수 있다"며 "노조 전임자가 쟁의행위를 준비, 실행한 것은 노조 활동을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 조합원의 파업 참가는 근로 제공 의무를 중단한 것인 반면, 노조 전임자의 경우에는 파업기간 중에도 노사 교섭 활동에 참가하는 등 노조 전임자로서의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에 급여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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