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방 좌장' 황쥐 부총리 겨냥? … 중국 반부패 수사 전국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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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입은 후 주석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이 26일 베이징에서 인민해방군 회의에 참석해 군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당 중앙 군사위 주석직을 겸하고 있는 후 주석은 이날 인민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베이징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의 반(反)부패 수사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공산당 모든 간부에게는 이미 해외 출장 시 반드시 상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모든 당 간부가 사실상 수사 대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25일 상하이(上海)시 천량위(陳良宇) 당 서기를 사회보장기금 불법 대출 관련 혐의로 해임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통해 중앙정부의 각종 정책에 반발했던 상하이방 계열의 지방 간부들을 제거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의 권력기반을 굳히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사건 여파로 중국 주식시장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위축도 예상된다.

◆ 최고위층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천 서기의 수사를 주도해 온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 간이성(干以勝) 비서장은 26일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당의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시사다. 이 때문에 관심은 천 서기와 함께 상하이방의 좌장으로 알려진 황쥐(黃菊) 부총리에게로 쏠리고 있다. 그의 부인 위후이원(余慧文) 이 상하이 사회보장기금 불법 대출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26일 전국첨단기술인재회의에 참석해 격려하는 등 공식활동을 계속했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모든 당 간부에게 해외 혹은 지방 출장 시 상부에 반드시 보고토록 지시했다. 상하이시는 이미 지난달 구 단위 국장급 이상 간부 전원의 여권을 회수해 시 당국이 보관 중이다. 특히 상하이시와 함께 고속 경제성장을 해온 광둥(廣東)과 푸젠(福建).저장(浙江).장쑤(江蘇).산둥(山東)성에서는 부패 수사에 대비해 각종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이는 등 비상대기 상태라고 홍콩의 한 중국 전문가가 27일 밝혔다.

◆ 외국인 투자자 관망세=천 서기의 해임 여파는 중국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26일 외국인 거래가 가능한 상하이 B주식과 선전 B주식은 각각 2.28%와 2.57%씩 내렸다. 이날 홍콩의 항셍지수도 1.36%나 빠졌다. 앞으로 외국인 중국 투자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다. 특히 부동산 주식은 직격탄을 맞았다. 성장론을 주창해 온 천 서기가 해임돼 정부의 긴축정책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 황쥐(黃菊.사진) 국무원 부총리=상하이방(幇) 현직 중 최고위 서열로 좌장으로 통한다. 1938년생으로 저장(浙江)성 자산(嘉善) 출신이다. 명문 칭화대학 전기과를 졸업했다. 63년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상하이의 석유화학.기계공장에서 일했다. 장쩌민(江澤民)이 상하이 시장으로 부임한 85년 상하이시 당 부서기로 중용됐다. 91년에는 상하이 시장을 거쳐 94년 정치국위원으로 중앙 정계에 데뷔했다. 2002년에는 최고 실세 그룹인 9인 상무위원 중 서열 6위에 올랐다. 올초 췌장암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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