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MCM 김성주 회장 밀라노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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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독일의 패션브랜드 MCM이 25일 밤 밀라노 천문관에서 개최한 신제품 가방의 컬렉션 영상쇼. 여기에 참석한 성주 디앤디 김성주 회장(右)이 독일 디자이너 마이클 미셸스키와 포즈를 취했다.

25일 오후 7시 유럽 패션의 메카인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가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한국의 중견 패션용품 업체인 성주 디앤디가 밀라노 천문관(플라네타리오)에 마련한 MCM의 신제품 발표회장에 기대 이상의 인파가 몰렸기 때문이다. 불과 한 블럭 떨어진 패션 거리 '코르소 베네수엘라'쪽에서 몰려온 듯한 차량들은 부슬비 속에서도 연신 인파를 쏟아냈다. MCM 로고가 선명한 행사장 입구는 유럽과 멀리 아시아 등지에서 몰려온 취재진, 패션 전문가와 바이어 등 500여 명이 뒤섞여 발디딜 틈이 없었다.

회사 측은 "초대장을 300장 남짓 보냈는데 방문객이 너무 많아 준비한 자료가 금세 동났다"고 전했다. 매출 780억원 규모의 이 중견업체는 지난해 11월 독일의 세계적 명품 패션 브랜드 MCM을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 이젠 글로벌 브랜드=행사장인 천문관 안은 환상적 이미지로 탄성을 자아냈다.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자 마치 우주공간으로 던져진 착각이 들게 했다. 둥근 스크린이 설치된 실내 돔 천장에 카시오페이아.안드로메다 같은 가을 별자리들이 환한 자태를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스위스 패션 전문가 클리포드 릴라이는 "신제품 발표회를 호텔이나 전시장이 아닌 천문대에서 한 것은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놀라워했다. 밀라노 천문관이 상업 행사를 허용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중론. 일간 라스탐파 등 현지 언론은 "MCM이 역동적이며, 우아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성주 디앤디의 김성주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라야 살아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 행사에서 절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 등 유럽 일부 지역의 MCM 고객 기반을 파리.밀라노나 뉴욕 등 세계적 패션 중심지로 확산시키는 일이 김 회장의 과제다.

◆ 다음은 미국시장=성주 디앤디가 패션 리더의 입지를 굳히는 데는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시장 진출이 고비다. 1990년대 초까지 루이비통 등 세계 정상 브랜드와 어깨를 견줬던 MCM이 옛 영화를 되찾으려면 세계 최대 패션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

이 회사 마케팅을 총괄하는 한영아 이사는 "MCM 인수 이후 내놓은 신제품에 대한 업계 반응이 좋아 미국 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2월 밀라노 매장 개점식 행사 때 70여개국에서 몰려온 바이어들이 닷새 만에 55만 유로(약 7억원)어치를 사간 게 좋은 징조라는 것이다.

MCM의 간판 디자이너이자 유럽 패션업계의 거물인 마이클 미셸스키도 이날 미국 시장 출사표를 썼다. 이날 선보인 신제품들은 대부분 그의 손길을 거쳤다. 그는 "고객을 패션의 노예로 만들지 않고 일상 생활에서 사랑받는 명품을 디자인하는 게 내 목표"라며 "MCM은 미국에서도 최고 브랜드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그는 세계 정상의 스포츠 용품회사인 아디다스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를 박차고 MCM에 합류해 화제를 뿌렸다. 전문가들은 "MCM이 세계 정상의 토탈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핸드백 품목에서 보이는 강세를 의류 등 전 품목으로 확산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밀라노(이탈리아)=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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