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체제 전면 개편의 의미 대입위주서 「진로교육」으로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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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1일 문교부가 발표한 고교교육체제 개혁안은 지나친 대학진학 선호 현상과 좁은 대입 문호 사이의 격차에서 나타나는 「병목현상」해소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고교과정에서 학생들의 과열 진학욕구를 합리적으로 분별, 직업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진로교육을 통해 대학 이외의 현실적 대안을 모색토록 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교부는 현재 인문계고교의 학생 수용능력이68.4%로 실업계(31.6%)의 2배에 이르는데다, 인문계 고교생의 85%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반면 대학수용능력은 44%로 제한돼 있는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고교의 직업교육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행 대입위주의 고교교육체제를 진로교육체제로 전환한다는 획기적인 내용인 것이다.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앞으로 인문계 고교의 신설을 억제하는 대신 실업고를 증설, 해마다 실업고에 진학하고 싶어도 수용능력 부족으로 인문계고교에 들어가야 하는 12만여명을 전원 수용, 실업계 학생비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용 능력이 50%로 낮춰진 인문계 고교의 교육과정을 여섯가지 형태로 다양화한다.
즉 동일학교 내에 직업과정을 설치해 2.5%의 학생을 수용하는 것을 비롯, 위탁교육 I형(3학년때 직업학교 등에 위탁교육) 5%·위탁교육Ⅱ형 (2학년2학기때 노동부 직업훈련원 위탁교육) 10%·전문대 진학과정 10%·대학진학 과정 20%·과학고 등 영재학교형태의 특수목적은 2.5%씩 학생을 분산·교육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학력·학벌 중시의 사회 풍조 속에서 학부모와 학생 당사자가 얼마나 적성과 능력에 맞게 자발적으로 각 과정에 지원, 적응을 하고 타의에 의한 각 과정 배정에 따른 승복여부 정도와 불만해소가 개혁안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문계 고교내에서 직업과정 학생과 상급학교 진학희망자 사이의 갈등해소도 문제라 하겠다.
더욱이 실업고를 증설하고 기존 실업고의 실습기자재 확보, 노후 기자재 대체·고장수리, 공동실습장 증설 등 시설활용은 물론, 일반계고교에 기초실습시설을 갖추고 위탁교육여건을 마련하는 등 직업교육추진여건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8천여억원의 재원확보도 또 하나의 과제다.
개혁안이 제대로 실현될 경우 인문계 고교생 중 40%인 16만여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고 같은 규모의 재수생을 감안하면현재 대입정원 16만여명을 기준으로 볼 때 95학년도부터 경쟁률은 지금보다 절반수준인 약2대1정도로 예상돼 대학입학의 과열 경쟁은 사라질 전망이다.
문교부는 과학·예체능·외국어 등 영재학교 형태의 특수 목적고를 현재 24개교 재학생 1천여명 수준에서 전체고교생의 2.5%를 수용하는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다.
위탁교육 I형은 2학년때 교과 선택제를 적용, 오전에는 공통과목을 수업하고 오후에는 직업과목을 선택·학습토록하고 위탁교육 n형은 2학년1학기까지 다른 학생과 동일한 교과목으로 수업을 받게 하는 형태다.
문교부는 고교교육 체제를 이같이 진로교육체제로 바꾸기 위해 문교부내에 자체교육센터를 설치하고 노동부·상공부·전기통신공사와 협동으로 진로·취업정보망(CEEI)을 구성할 방침이다. 또 각 고교에는 CEEI터미널을 설치, 취업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교육과정에 진로교육을 반영하며 교육방송에 「직업의 세계와 진로의 설계」라는 프로그램도 방영할 계획이다. <도성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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