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가족부'때문에…여성가족부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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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와 역할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여성가족부가 부처 사이트를 베껴 제작된 '남성가족부' 홈페이지 등장 이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문제는 지난 8월 문모(20.대입준비생)씨가 부처명과 로고, 디자인 등을 거의 베낀 '남성가족부' 사이트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다수 남성들이 이 사이트에서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정책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던 한 남성이 유명 여성포털에 여성을 비하하는 글과 음란물 등을 올리자 남성가족부 사이트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성가족부는 패러디 사이트 등장 이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소년위원회와 통합을 앞둔 데다 2007년부터는 부처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부처의 위상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정하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개설자가 드러났지만 장본인은 올해 20세의 대입준비생으로 밝혀졌다. 부처내에서는 '겨우 스물 남짓 어린 학생에게 부처가 유린당한 것이냐'는 자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측은 개설자가 지난 21일 사이트를 스스로 폐쇄했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반성문을 부처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문씨는 홈페이지 로고 등을 무단 도용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정책에 대한 이견을 패러디 사이트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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