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진단한 한인타운] 이맛이야! 타인종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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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진화하면서 유독 미각만큼은 발달을 거듭해 왔다. 요리 가짓수로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평가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맛'은 세계 최고를 자부할 만하다.

그만큼 다양성이나 역사 깊은 맛 등에서 타 민족 음식들이 따라잡기 힘든 내공이 버무려져 있다.

이는 LA한인타운에서만 봐도 쉽게 증명이 된다.

주말 저녁 올림픽가의 한 유명 구이집. 두세 테이블 건너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종 고객들이다.

몇년새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젠 웬만한 맛집의 전체 고객중 30%를 넘나들 정도다.

이 구이집은 '음식맛'과 '입소문' 하나로 타인종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 식당은 주류사회 젊은 층들의 이용이 높은 업소평가 웹사이트 '옐프닷컴'(www.yelp.com)에서 높은 점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웹사이트를 보고 식당을 찾았다는 대니얼 스미스(31)씨는 "멀리 떨어진 미션 비에호에서 살지만 한국음식을 알게 된 뒤 거의 매 주말 LA한인타운에 나온다"며 "맛도 맛이지만 처음 한국음식을 대했을 때 그 화려하고 수많은 반찬에 감복했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의 맛은 최근 수년 동안 주류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한인을 비하하는 '마늘냄새' '김치냄새'는 어느새 타인종들에게 '건강에 좋은' '맛있는' 냄새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들어 LA타임스 등 주류 언론에서는 1~2개면을 할애해 한인타운의 먹거리를 집중 소개하는 등 한국 맛은 '한류'의 전도사로 최전방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주류사회를 사로잡는 것은 단순히 한국음식 뿐만이 아니다. '절대 미각'을 향한 한인 특유의 끈기와 창의력은 서양음식 '원조'들 마저 넘어서고 있다.

각종 매거진 '올해의 커피' 자리에는 한인이 만든 '라밀커피'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맛'이 주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반면 맛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주변환경이 발목을 잡는 경우도 빈번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인언론 인터넷 게시판에는 한인식당 위생을 비난하는 글들이 빼곡하다. 보건당국의 위생검열에 적발돼 장기간 문을 닫는 식당도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종업원들의 불친절과 뻔뻔한 팁요구로 맛있는 음식에 '재를 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두 번 먹어보고 느껴보면 맛과 서비스의 허실은 금방 드러난다. 언제까지 푸짐한 양과 인정 넘치는 분위기로 타인종들의 입맛을 붙잡아 둘 수 없는 노릇이다. 행여 타인종들의 입소문에 맛이 아닌 위생.서비스 문제가 들춰질 경우 수년간 주류사회의 인정을 받아온 한인들의 맛은 곤두박질 치게 돼있다. 건강과 직결되는 맛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미주중앙 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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