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도 잘 안드는 〃공중의 동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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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일 오후 가칭 민주당 현중사태 진상조사단과 기자들에게 처음 공개된 골리앗 크레인 농성장은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동굴과 같은 모습.
전기마저 끊겨 낮인데도 한치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 높이 70m의 기계실은 알려진 것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은 1백여평 정도에 불과했다.
곳곳에 각종 기계가 설치되어있어 반반한 바닥은 2O여평에 불과했다.
농성근로자들은 주로 이 오른쪽 기계실과 반대쪽 기계실을 숙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기계실 양측 벽면은 사람이 걸터 앉을 수 있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다.
○…지상 4Om부터 크레인 다리 속에 설치된 계단 곳곳엔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농성장엔 천조각, 인화물질, 화염병 등이 널려있어 어수선한 분위기.
노조원들은 인화물질이 얼마나 비치돼 있느냐는 질문에 『크레인 자체에 사용되는 각종 기름이 많이 있기 때문에 화염병 1개만 터뜨려도 전체가 불바다가 될것』 이라고 대답.
농성근로자들은 또 기계실로 통하는 통로가 가파른데다 좁아 경찰이 진압작전을 쉽게 펴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농성근로자들은 크레인 내부 계단을 오르내릴 땐 손전등을 이용.
전등 배터리가 부족, 쓰다 남은 건전지 여러개를 한데 묶어 사용하고있으며 그동안 내부 지리를 거의 익혀 불 없이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밤눈이 밝아졌다고 농담.
○…농성근로자들은 며칠째 세수를 하지 못한 듯 했으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들.
특히 이갑용 비대위의장은 깨끗이 면도한 얼굴에 머리엔 「투쟁」이란 붉은띠를 동여매고 있었으며 『식수가 부족, 어제부터 빗물을 받아 먹고있는데 울산의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체실험을 통해 알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기도.
○…농성장이 공개된 시간이 저녁이어서인지 기계실내부가 바깥보다 더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온기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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