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상화」로 타결점찾은 KBS사태/「김용갑씨 자격」싸고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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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사”란 일부해석에 정부 “개인자격”
○…공권력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긴장된 분위기에서 불쑥 나타나 협상을 벌인 김용갑 전총무처장관의 자격과 정체에 대해 비대위대표들과 사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
김씨가 겉으로는 『개인자격으로 위기감을 느껴 중재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으나 장시간 협상도중 외부모처에 자주 전화를 걸며 상의하고 『내가 누구냐』 『나를 믿어달라』 『서사장 퇴진등의 문제는 정상화만 되면 정부에서 만족할 만한 조치가 나오게 돼있다』는 등 발언을 일삼아 비대위 간부들과 일부 KBS국장들도 『고위특사가 아니냐』고 해석.
반면에 『김씨는 아무런 대표자격이 없다』는 최병렬공보처장관의 공식 코멘트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나돌자 사원들은 『실리를 전혀 확보하지도 못하고 방송을 정상화 함으로써 돈키호테같은 김씨에게 속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박,김씨의 정체문제는 앞으로 파란의 불씨로 남을 전망.
○…비대위는 정상화 선언에서 공식적으론 김씨와의 협상부분을 빼기로 하고 내부적으론 사장퇴진등의 담보를 받았다는 암시를 주는 선에서 김씨의 역할을 규정짓기로 결정.
김씨와 장시간 직접 담판을 벌인 비대위 한 대표는 『명분상으로나 공식적으로는 김씨 자격을 「개인적 중재자」로 다루기로 했으나 「고위특사」나 「밀사」로 해석해도 좋다는 데에 김씨와 합의했다』고 말해 사원들은 더욱 어리둥절하기도.
김씨가 5시간여 협상하는 동안 자신의 사무실과 전화를 빌려준 KBS 박성범보도본부장은 『김씨와 가장 가까이 있던 내가 보장하건대 김씨는 순전히 개인자격으로 온 돈키호테같은 인물』이라고 강조.
○…김용갑 전총무처장관과 마라톤 협의를 마친 안동수위원장등 비대위 대표들이 28일 오후 5시20분쯤 농성장인 본관2층 민주광장에 나타나 「무조건 방송 제작 참여」를 발표하자 농성장은 박수와 야유가 반반씩 터져나오며 격앙된 분위기.
일부 사원들은 『누구 마음대로 결정했느냐』고 야유와 고함을 질렀으며 『30일 오전 방송제작에 참여하고 사원총회는 오후 2시에 갖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며 총회 결과가 나올때까지 농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
특히 이들은 비대위측과 협상에 나섰던 김 전장관의 자격에 의문을 표시하며 『김씨의 말장난에 넘어간 것이 아니냐』고 크게 반발.
○…공권력 투입시한을 3시간쯤 남겨놓은 28일 오전 11시15분부터 KBS본관 6층 귀빈실에서 노조측과 협상을 벌이던 최병렬공보처장관은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회의장을 나서며 『이제 상황은 나의 영역밖으로 벗어났다』고 말해 KBS 농성장 주변은 공권력 투입을 예상한 긴장감이 고조.
최장관은 『KBS가 언론사라는 특성 때문에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 왔으나 법적용상 형평의 문제가 제기되기때문에 일반 사업장과 같이 대처해야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제 시간이 거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심정을 토로.
○…29일 비대위 사무실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번 타결이 정부공작에 의한 것 아니냐』는 항의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와 17일동안 철야농성으로 파김치가 된 비대위 간부들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일부 시민들은 아예 조간신문을 갖고 비대위사무실로 찾아와 『이렇게 쉽게 물러 서려고 그렇게 힘들게 싸워 왔느냐』 『서기원씨가 쉽게 물러설 사람인 줄 아느냐』며 간부들에게 항의,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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