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불핀치 신화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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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로마신화 6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 이동희 옮김
물병자리, 304쪽, 1만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마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인 신화관련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지배한다. 그리고 그 주류는 토마스 불핀치의 작품들이다. 아동용이든 성인용이든, 엮음이든 번역이든 대부분 불핀치의 아류로 보면 틀림없다. 그런데 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신화에 매료됐던 이들이 자라서 불핀치의 책을 보면 십중팔구는 실망한다. 너무 딱딱하고 건조해서 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기 때문이다.

슈바브의 신화는 그런 점을 보상할 만하다. 불핀치와 비슷한 19세기에 활약한 독일 시인이 썼는데 20년간 학생들에게 고전문학을 가르친 경험이 바탕이 되었는지 문장이 훨씬 쉽고 유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비디우스의 '오딧세이아', 아폴로도로스의 '신화집',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 등 여러 갈래로 흩어져 내려오던 자료를 취합, 정리해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서 로마 건국까지 시간순으로 복원한 것이 그의 큰 미덕이다.

이 책은 슈바브의 신화시리즈 6권 중 마지막으로 트로이아 전쟁 후 아버지를 업고 탈출한 아이네아스가 주인공이다. 이탈리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라는 신탁(神託)을 받은 그는 고난에 찬 항해 끝에 라티움에 도착한다. 그곳 왕의 환대를 받지만 헤라 여신의 훼방으로 전쟁을 벌이고 결국 공주의 약혼자를 꺾고 라티움을 차지한다. 역사와는 다르지만 신화는 신화로 읽으면 된다. 부록격으로 이야기 흐름을 위해 빼놓았던 '아라크네 이야기' 등 14편의 신화가 함께 실어 앞선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 사이에 얽힌 아름답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준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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