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윤화사 이은 두번째 비운/「현대」쇼크… 정몽우씨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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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74년 미국 근무때부터 우울증 한때 차도 뛰어들어 위기모면
국내정상급 재벌기업으로 꼽히는 현대그룹 정주영명예회장(76)의 4남 정몽우 현대알루미늄회장(45)의 자살은 재계는 물론 사회전체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숨진 몽우씨는 유서를 남겨놓지않아 정확한 자살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말을 종합,재벌2세라는 신분에서 오는 강박감을 떨치지못했고 이로인해 극도의 신경쇠약ㆍ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아 왔으나 병세가 호전되지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살동기에 대해 가족들은 몽우씨가 13년전부터 심한 우울증세로 시달려왔음을 들어 병세가 호전되지 않은데 실망,자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그룹측도 몽우씨가 서울대병원ㆍ중앙대부속병원에서 정신병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히고 있으며 한 측근은 『몽우씨가 기업을 잘 이끌어보려고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않아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어쨌든 정주영명예회장은 82년 큰아들 몽필씨를 교통사고로 잃은데 이어 8남1녀의 자식들중 2명이나 먼저 세상을 떠나 보내는 비운을 겪게됐다.
몽필씨의 경우 정명예회장의 터프한 스타일탓도 있지만 장남이어서 유난히 엄하게 다루었는데 몽필씨의 사망이후 정회장의 경영스타일까지 달라지기도 했다.
몽필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에 빠져든 적도있고 한때 방계회사인 동서산업경영에 손댔으나 실패,외국에 나갔던 적도 있다. 그는 귀국후 다시 인천제철을 맡아 사업의욕을 불태웠으나 82년 4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몽우씨는 배재중ㆍ오산고(63년)를 나와 중앙대영문학과(67년)를 졸업했으며 70년 현대건설에 입사,경영수업을 쌓아왔다.
이후 현대중공업 자재부장ㆍ현대건설 상무등을 지냈으며 79년 한국포장건설사장을 거쳐 87년 11월 현대알루미늄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몽우씨는 74년 미국지사에서 근무할때부터 현지 적응에 실패,우울증세를 나타내 서울대병원ㆍ중앙대부속병원등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현대알루미늄도 회장직만 맡았을뿐 처남인 이진호부회장(47)이 도맡아 경영해 왔다.
정명예회장은 몽우씨의 지병을 치료하기위해 미국ㆍ일본등의 병원을 찾아다녔을뿐 아니라 안양에 정신병원까지 설립,『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아들의 병만 고쳐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우씨는 작년6월엔 정신과직원과 산책도중 갑자기 병원을 나와 차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승용차에 부딪친적도 있다.
몽우씨의 자살로 현대그룹의 경영에는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정명예회장은 82년 장남 몽필씨의 사망이후 경영스타일을 바꿔 아들에게 그룹경영을 분담시켜왔다.
차남 몽구씨(52)가 현대정공,3남 몽근씨(48)가 금강개발을 맡고 있으며 5남 몽헌씨(42ㆍ현대전자및 엘리베이터),6남 몽준씨(39ㆍ국회의원),7남 몽윤씨(35ㆍ현대해상화재보험),8남 몽일씨(31ㆍ현대종합상사차장)등이 있다.
현대알루미늄은 78년 현대가 대한알루미늄을 인수,이름을 바꿨으며 자본금 52억원에 연간 매출규모는 4백억원,종업원 5백여명을 두고 있다.
몽우씨의 죽음은 재벌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있는 이즈음 많은 것을 생각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같다.<길진현ㆍ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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