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가르보 은퇴후생활 베일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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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5일 85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레타 가르보는 살아 전설이 된 여배우였다.
지난 41년 36세의 나이로 은퇴한 그녀는 그후 반세기 가까이 일체의 공식행사에 모습을 안보임으로써 자신의 전설을 관리해냈다.
은퇴후 14년이 지난 55년 미국 아카데미는 가르보의 「잊을수 없는 찬란했던 연기활동」을 기려 아카데미특별상 수상자로 지명했으나 그녀는 그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었다.
때문에 팬들은 그녀의 완벽에 가까운 이목구비와 플루트 음색의 감미롭게 쉰 목소리만 기억할뿐 늙은 가르보의 모습은 상상할수도 없었다.
가르보는 1905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가난한 가정에서 출생, 미국을 주무대로한 19년간의 연기생애동안 무성영화를 포함, 모두 24편의 작품을 남겼다.
13세때 아버지를 여읜 가르보는 이발소·백화점 점원으로 전전하다 16세때인 21년, 광고영화 『옷 못입는 법』(How Not to Dress)에 출연하게돼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녀는 이듬해인 22년 무성희극영화 『방랑자 피터』에서 호연을 보여 스웨덴 왕실영화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여기서 다시 스웨덴의 유명감독인 마우리츠 스틸러를 만나 영화배우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스틸러감독은 24년 가르보를 기용하는 조건으로 미국MGM사와 계약을 체결, 25년 미국에 건너가 가르보의 시대를 열었다.
MGM사는 스틸러를 끌어들이기 위해 무명의 가르보를 출연시키는 위험을 감수했지만 가르보는 미국 데뷔작인 『급류』에서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그후 MGM사의 1급 달러박스로 대우받았다.
그러나 가르보는 치솟는 인기에 대해 자신에게조차도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 기자들은 그녀에게 「스웨덴의 스핑크스」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이러한 그녀의 자존이 그녀를 신비로운 분위기의 배우로 몰아가 팬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30년 가르보가 출연한 첫 유성영화 『크리스티나여왕』이 개봉됐을 때 MGM사는 「가르보가 말을 한다」고 광고를 냈으며 9년뒤의 희극영화 『니노츠카』가 걸렸을 때엔 「가르보 웃다」라는 광고를 낼 정도로 그녀는 철저히 사생활을 밝히지 않았었다.
가르보는 영화배우 존길버트와 사랑에 빠져 27년 『육체와 악마』『러브』등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으며, 29년 파경이후 영화감독 루벤 마모우리안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대학교수 게이로드하우저등과 염문을 뿌렸으나 정식결혼은 한번도 하지않았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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