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아시아 금융시장… 태국 바트화 5년 만에 최대폭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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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일 밤 태국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바트화가 급락하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전 거래가 진행되던 뉴욕 외환시장에선 쿠데타 소식이 전해지자 태국 바트화가 달러당 37.77달러로 전날에 비해 1.3%나 하락했다. 2002년 7월 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또 뉴욕에서 거래되는 태국 기업의 주식예탁증서(DDR) 가격과 태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른 아시아 통화들도 달러에 대해 대체로 약세를 보였으나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20일 오전 개장된 일본.대만 등 아시아 증시들도 태국발 악재로 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도 태국 여행 수요가 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코스피 지수(-0.55%)와 코스닥 지수(-0.27%) 모두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태국의 주가와 바트화가 향후 약세를 보이겠지만 주변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는 "1997년 외환위기가 태국 바트화 폭락에서 시작됐다는 점 때문에 아시아 시장의 동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번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만큼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항공.여행업계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20일 오전 태국행 여행객 일부가 예약을 취소하거나 출발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날 태국으로 출발하는 항공편 2편에 각각 30명의 승객이 탑승을 취소했다.

여행업계도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일어난 태국의 쿠데타 때문에 여행객들이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오늘과 내일 태국으로 떠나는 상품의 5% 정도가 취소됐다"며 "쿠데타와 직접 관련이 없는 푸껫이나 파타야 지역 여행객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증시에선 여행업체인 하나투어(-1.99%), 자유투어(-1.69%), 세중나모여행(-2.4%) 등의 주가가 떨어졌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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