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음치불가] 미트 로프 … 육중한 체구만큼 쩌렁쩌렁 큰 울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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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람이 평소 말하는 소리는 그 사람의 건강과 성격, 기분 모두를 반영한다. 목소리에 힘이 없으면 기가 허해진 것이고, 목소리가 자주 가라앉거나 잘 쉬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음악과 소리를 듣는 내공이 생기면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목소리에서 그 사람의 건강상태나 성격이 어느 정도 파악된다.

얼마 전 홍콩에서 미트 로프를 만났다. 'I'd Do Anything For Love (But I Won't Do That)'라는 곡으로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고 우리에겐 '미녀와 야수' 뮤직비디오로도 잘 알려진 그는 육중한 체구만큼이나 큰 음량의 목소리를 지녔고 다혈질이었다. 그의 곡 상당수는 스케일 크고 웅장한 뮤지컬이나 오페라적인 느낌이 든다. 그만큼 극적으로 노래하는 음악인이다. 뮤지컬적인 기법으로 노래를 하다 보니 감정주입도 예사롭지 않다.

앨범에서 폭넓고 울림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듯 실제 그의 육성도 쩌렁쩌렁 울려댔다. 55세(51년생)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힘이 느껴질 만큼. 대화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물론 강하고 깊은 표현을 위해 흉성적 느낌으로 소리를 눌러 노래할 때도 있지만 거의 상당 부분 육성의 매력을 노래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편이다. 타고난 목소리가 워낙 크다 보니 그가 추구하는 뮤지컬적인 큰 스케일의 음악에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미트 로프의 마치 웅변을 하는 듯한 대화에서는 어떤 성대 이상 징후를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이런 우렁찬 목소리를 유지하는 비결은 영화나 드라마 출연을 많이 하는 가운데 익힌 호흡과 발성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까지 4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것은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정규앨범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양이다. 본업이 음악이 아닌 영화라고 의심이 들만한 것임에도 그는 이러한 '외도'를 음악을 잘하기 위한 밑거름으로 충실하게 썼다. 영화판을 오가며 영화배우나 뮤지컬배우를 상대로 하는 보컬 레슨을 받아 목소리를 다져온 것이다.

미트 로프는 이번 새 앨범 'Bat Out Of Hell Ⅲ'에서 보다 좋은 컨디션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보컬 트레이닝을 맡아온 에릭 빅터로부터 지도받았다. 특유의 강하고 우렁찬 울림의 음색이 더욱 막강해진 셈이다. 거기에 브라이언 메이나 스티브 바이, 그리고 마릴린 맨슨 출신의 기타리스트 존 파이브까지 가세해 연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나 뮤지컬에 관계하며 그 장르들의 장점을 노래와 소리 구사에 응용하고 있는 미트 로프는 보컬트레이닝의 영역을 좀 더 넓힌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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