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생일맞아 우상화잔치/내일로 78세… 전국이 “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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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각종 행사ㆍ공연에 서방포함 해외예술단 3,000명 초청/대소관계악화로 축제분위기 한풀꺾여 □15일로 78세를 맞는 김일성의 생일을 앞두고 북한에선 각종 축하행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금년은 특히 김일성이 자신의 생일후 권력을 김정일에게 넘길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돼 어떤 식으로 생일잔치를 치를지 관심을 끌었으나 현재까지의 양상을 보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한소관계진전에 따른 대소관계 악화로 축제분위기가 한풀 꺾인 상태 (워싱턴타임스지)라는 시각도 있다.
김일성 생일행사는 2월16일의 김정일 생일때부터 분위기를 잡아가다가 3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행사내용들은 ▲각종 공연 및 대회개최 ▲언론매체를 통한 선전 ▲각종 출판물 발간 ▲특별배급등 대주민 시혜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그 성격은 우상화로 일관돼 있다.
이들 행사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외국의 예술단체들이 참가하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이다.
매년 4월7일 개막되는 이 축전은 평양을 비롯한 주요도시에서 진행되며 그 내용은 각국의 민속공연과 김일성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개 짜여져 있다.
올해에는 60여개국에서 1백개 예술단체 3천여명이 초청됐는데 과거와 약간 다른 점은 초청대상이 제3세계국가 일변도에서 탈피,서방국가들을 포함시키려고한 점과 해외거주교포들을 많이 참가토록 한것이다. 이 축전과 함께 비중있는 또 다른 생일행사는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
15일에 열리는 이 대회는 김일성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경축행사문 낭독과 소년단입단선서에 이어 참석한 당ㆍ정간부들이 소년단가입 어린이들에게 붉은 넥타이와 소년단휘장을 달아준 뒤 사열ㆍ행진으로 진행된다. 이밖에 3월부터 시작되는 「전국학생소년예술축전」과 4월초부터 거행되는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도 중요한 행사다.
지난달 24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학생소년예술축전」은 『만경대 찾아가네』 (경음악),『정일봉의 맑은 샘』 (무용) 등을 공연하고 7일 폐막됐다.
생일기념출판물로서는 올해 백두산일대에 조성돼 있는 김부자우상성역지를 담은 사진첩 『백두산』제1집,김일성의 항일빨치산활동을 우상화시킨 구호나무들의 내용을 담은 『불멸의 글발』등이 발간,배포됐다.
북한은 특히 김부자에 대한 충성강화를 위해 만든 『덕성자료집』을 주민들에게 배포,집단적으로 학습토록 하고 있다.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 미화작업과 참관도 예년과 다름없이 실시되고 있다.
북한은 올해 3월부터 청소년ㆍ근로자ㆍ군인들을 동원,2백40여기지의 식물과 꽃을 만경대에 심도록 했다.
북한은 김의 생일날 특별배급ㆍ사면등을 실시,명절분위기를 북돋고 있다.
배급량은 가족수에 따라 다른데 대체로 가구당 돼지고기 1∼2kg,물고기 2∼3kg,과일류 1∼2상자,설탕ㆍ과자류 5백g씩 배급된다.
생일에 즈음해 경범자와 「무보수 노동」이라는 벌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해 사면조치를 내리기도 하고,각급 공장이나 기업소별로 열성근로자를 선정,각종 상장과 상품을 수여했다.
북한은 해외에서도 김일성우상도서출판및 전시회,수공예품전람회,주체사상토론회등의 생일축하행사를 벌이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김일성우상화로 가득차 생일행사를 치르는 것은 집권초기부터 수많은 정적들을 숙청해야했던 김일성의 입장에서 볼때 자신의 카리스마적인 지위를 좀더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북한문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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