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발병 10년 지나야 증상 나타나 공복혈당 100~125면'앗!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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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당뇨병 예방시대가 열릴 것인가. 지구촌 당뇨병 유병률은 5.1%. 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선진국에선 10%, 우리나라도 8~10%에 이른다. 14~1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42차 유럽 당뇨병 학회'에선 전세계적인 '해일'로 표현되는 당뇨 대란을 막기 위해선 당뇨 전 단계부터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당뇨병의 대표적 증상은 '다음(물을 많이 마심).다뇨.다식'. 하지만 이때는 이미 당뇨병이 시작된 지 10년쯤 지난 후다. 이렇게 당뇨병을 늦게 발견하면 치료 시기가 늦고, 결국 온갖 치료를 병행해도 병의 진행을 멈추기가 쉽지 않다.

미국 워싱턴대 스티븐 칸 교수는 " 당뇨병은 혈당.혈중 콜레스테롤.체중 관리와 약물 투여 등으로 합병증 발병 시기를 늦출 수는 있지만, 진행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뇨병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 당뇨병 정상 기준은 100㎎/㎗ 이하. 그리고 공복 상태 혈당이 126㎎/㎗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렇다면 혈당치 100~125㎎/㎗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때가 바로 발병 직전인 공복 혈당장애(IGT)다.

따라서 이때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 영국 옥스퍼드대 루리 홀만 교수는 "비만.가족력.고혈압.고 콜레스테롤(특히 중성지방)수치, 임신중 당뇨병에 걸렸던 여성 등은 발병 가능성이 크므로 매년 혈당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가장 강조되는 것은 규칙적인 운동과 소식. 평생 이 방법만 실천해도 60%는 예방된다. 문제는 수십 년간 몸에 익은 생활습관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 이땐 지속적인 약물 복용을 통해 혈당을 낮춰야 한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버나드 진만 교수팀은 21개 국가, 5269명(여성 59.2%, 남성 40.8%)을 대상으로 3년간 로지글리타존(GSK 개발)을 투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그 결과 혈당을 공복 시엔 10㎎/㎗, 식후 2시간 뒤엔 20㎎/㎗ 낮춤으로써 당뇨 발병을 60%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인은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당뇨병에 취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미국 백인의 당뇨병 유병률이 8% 정도. 그러나 식습관이 미국화된 한국인.일본인.중국인 2세의 당뇨병 유병률은 18~20%나 됐다.

학회에 참석한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동양인이 백인이나 흑인보다 근육량과 인슐린 분비 세포(췌장의 β세포)가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인은 30세 이후부턴 정기적인 혈당검사로 공복혈당 장애를 발견하고, 소식.운동.약물치료를 통해 당뇨병을 적극 예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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