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장하성 펀드' 태광 자회사 지분거래 문제 삼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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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태광그룹에 전면전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에는 총수 일가와 계열사의 거래를 문제 삼으며 총수 일가를 직접 겨냥했다.

대한화섬 지분 5.15%를 보유한 장하성 펀드는 19일 태광그룹의 모회사인 태광산업 지분도 사들였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태광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유선방송업체(SO)인 천안방송 지분을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부자가 헐값으로 인수, 태광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펀드 측은 "태광산업의 순자산가치(2조2000억원)가 시가총액(18일 기준 7890억원)의 2.8배에 이르는데도 태광산업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총수일가 겨냥=이날 펀드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의 천안방송 지분 인수 과정을 폭로했다. 펀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유선방송업체(SO)인 천안방송 지분 100%를 갖고 있던 태광산업은 방송법상 대기업의 소유지분 규제에 따라 2001년 8월 GS홈쇼핑 등 홈쇼핑 3사와 기타 투자자들에게 이 회사 지분 67%를 66억원을 받고 넘겼다. 이후 규제가 완화되자 이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인 전주방송이 천안방송 지분을 지난해 11월 홈쇼핑 3사 등으로부터 66억원에 되샀다는 것이다.

펀드 측은 "4년여간 천안방송의 가치가 많이 증가했는데도 이 회장 부자의 개인 회사가 같은 가격으로 천안방송 지분을 산 것은 편법적인 거래"라고 주장했다. 천안방송 지분 67%의 가치는 현재 약 1145억원이기 때문에 66억원을 뺀 1079억원의 이익을 이 회장 일가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지분 인수"=태광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천안방송 거래는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앞으로 회장 및 태광그룹에 대한 이 같은 폭로식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거래에 관여한 한 홈쇼핑사 관계자도 "천안방송의 지분은 경영권이 없는 데다 4년간 배당을 받지 못해 주가는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태광산업의 주가는 14.81% 오른 8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대한화섬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20만8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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