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문책」 양김 절충/YS­JP 숨박꼭질 회동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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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긴급회담”“돌연취소”끝내 접촉/“운동하러 왔다”취재진 따돌려/회담장소 공개되자 당황
박철언정무장관의 발언파동에 휩싸여 있는 민자당은 김영삼­김종필 두 최고위원이 12일 전격적으로 비밀회동을 갖는등 수습책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태해결 초점이 되고있는 박장관 거취문제를 놓고 민주계에서는 정계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으나 공화계는 사과등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지을 것을 바라고 있어 어떤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수습방향이 크게 선회할 듯.
민정계는 노태우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따로 박장관에 대한 응원을 요청,일단 공동대응태세를 보이고 있어 박장관 거취를 둘러싼 3계파간의 막후흥정이 주목된다.
○…두김최고위원은 12일아침 전화접촉을 갖고 오전10시 호텔신라에서 회동키로 합의. 그러나 회동사실이 공개되자 김종필최고위원은 청구동자택에서 김용환정책의장등 측근들과 대책을 논의,김홍만부대변인을 통해 『오늘은 안 만난다』고 발표.
회담장소인 호텔신라로 출발하려던 상도동측 김우석비서실장도 부랴부랴 『일정이 변경됐다』며 『당초 조용하게 논의하려 했는데 회담의 모양새에 문제가 있어 취소한다』고 설명.
그러나 상도동자택에 머물던 김영삼최고위원이 오전11시10분쯤 갑자기 집을 나서자 두김회동,청와대회동설등 온갖 추측이 만발.
김영삼최고위원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평소 이용했던 남산의 모체육관을 잠시들른뒤 비밀회동장소인 워커힐빌라로 직행.
김최고위원은 남산체육관에서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김우석비서실장을 시켜 『김최고위원이 운동하러 왔으니 같이 사우나나 하자』고 기자들을 유인한후 김최고위원 혼자 빠져나와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놔두고 다른 사람의 로열승용차를 빌려타고 워커힐로 간 것으로 뒤에 확인.
김종필최고위원은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청구동자택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는등 보안에 신경.
두김최고위원이 비슷한 시간에 사라지자 비밀회동설이 나돌았으며 한동안 국무총리실 주변에서는 노대통령과 두김최고위원의 청와대회동설이 나와 혼선.
○…김종필최고위원은 회동약속시간인 낮12시정각 회담장소인 워커힐호텔 별장2603호에 사촌동서인 한병기씨와 함께 도착,혼자 기다리고 있던중 기자들이 들이닥치자 놀라는 표정으로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묻고는 『여러분들이 온걸 저쪽에서 알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를 높여 『나가달라』고 강력히 요청.
12시30분쯤 공화계 김홍만부대변인이 도착했으며 김의원이 기자들이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사색에 가까운 표정으로 『어떻게 된거냐』며 회담장소와 시간을 알게 된 경위를 오히려 기자들에게 물어 회동장소가 극비에 부쳐졌음을 시사.
김의원은 기자들이 알게된 것이 결국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에 몹시 신경쓰이는 듯 『제발 좀 모른척해 달라』고 주문.
12시40분쯤 김영삼최고위원이 자신의 차가 아닌 로열살롱승용차를 타고 회담장소에 도착,기자들을 보자마자 상기된 표정으로 『나는 혼자왔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극비회동이 공개된 것을 몹시 언짢아했고 문앞으로 맞이하러 나온 김의원에게 『김의원,뭐야. 이따위 장난을 하다니』라고 호통.
이에 김의원은 머뭇거리다 『자세한 사정을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고 기자들이 김영삼최고위원에게 『이렇게 은밀한 만남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자 『나는 피할 이유가 없는데 저쪽에서 은밀히 만나자고 해 혼자 오게 됐다』고 설명하고는 김종필최고위원이 기다리고 있던 내실로 들어갔다.
두 최고위원은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했으나 굳은 표정이었으며 김종필최고위원은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이렇게해서 일이 결딴나는 거야』라며 몹시 불쾌한 표정.
○…이날 아침 상도동에는 김동영총무,박용만ㆍ박종률ㆍ김덕용의원들이 찾아와 상황변화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계속 모색. 전날 저녁 박준병사무총장ㆍ김용환정책위의장과 당3역 모임을 가졌던 김총무는 모임 결과를 설명한뒤 기자들과 잠시 만나 민주계의 박장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피력.
김총무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박장관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공직엔 국회의원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변.
김총무는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지 스스로 알아야 하며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민자당이 어려워진다』며 『이 문제는 대통령권한에 속하는 것이지만 정국수습을 위해 박장관 스스로 어떤 각오가 있어야할 것』이라고 정계퇴진을 강조.
김총무는 『어제 당3역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뒤 『김용환의장의 공화계입장은 어떠냐』는 물음에 『김종필최고위원의 입장을 그대로 말하더라』고 해 김종필최고위원이 『방관할 수 없다』는 대목에 주목하는 눈치. 김총무는 이어 『3당통합이란 정치지도자의 결단을 심부름하던 사람이 왈가왈부하고 나오는 것은 해당행위를 넘어 당을 깨자는 저의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이번 내분을 보는 기본시각을 강조.
김총무는 또 김영삼최고위원이 뿌리뽑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공작정치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김최고위원이 종교계ㆍ재계ㆍ언론계 인사들과의 만남등 동태파악을 하고 있으며 전에 종교계지도자(K목사지칭)와 김최고위원이 골프를 친일이 있었는데 안기부 간부가 김최고위원과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그분에게 물어봤다더라』며 『이는 5공때도 없었다』고 흥분.<박보균ㆍ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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